[인터뷰|취업] 도이체텔레콤 김주훈: 코로나시대 독일기업에서 재택근무란?

[취업] 도이체텔레콤 김주훈|코로나시대 독일기업에서 재택근무란

[인터뷰|취업] 도이체텔레콤 김주훈: 시장이 원하는 직업에 주목하라 인터뷰(1)에서 이어집니다.

@Deutsche Telekom

-코로나 이후 독일 직장생활이 궁금해서 또 보자고 했다. 어떻게 지냈는지.
3개월째 재택근무를 하다가 지난 주부터 다시 회사에 나오고 있다.

-코로나 이전과 이후, 직장 생활에 차이가 있나?
사실 크게 다르지 않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도 홈오피스를 할 수 있었으니까. 집이 멀 경우, 자녀 양육 등을 이유로 원래도 재택근무가 가능했다. 내 경우 주당 34시간을 일하면 되어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몰아서 근무하고 금요일을 쉬는 등 근무 시간도 비교적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

-다시 출근했는데, 코로나 관련 새로 생긴 규정이 있는지 궁금하다.
출근 제한 인원이 생겼다. 기존 인원의 20%를 넘게 사무실에 근무하면 안된다. 보름마다 회사 방침이 업데이트 되는데 당분간 인원 제한은 계속 있을 것 같다.
그 외에도 화장실이나 탕비실 등 자신의 자리를 벗어날 경우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출근 스케줄 조정은 어떤 방식으로 하는가?
팀 내부에서 주 단위로 미리 일정을 공유한다. 온라인으로 자리를 예약하고 간다. 새로운 건 아니다. 온라인 예약 시스템은 이전부터 있었다. 보통 자녀가 있는 집은 계속 홈오피스를 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한다.

코로나 이전부터 재택근무는 자유로운 편,
겨울이면 독감 예방 위해 늘 손세정제 구비
현재 출근 가능하지만, 사무실 인원 20% 쿼터제

-회사의 방역 지원이 따로 있는지.
집으로 마스크 2장을 보내줬다. 혹시 출근할 때 필요하면 착용하라고. 그 외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회사 입구나 사무실에 세정제 등은 구비되어 있나?
코로나 이전에도 겨울이면 화장실에 세정제가 구비되어 있었다. 독감 때문이다. 독감 예방주사도 회사에서 다 같이 맞는다.

-그래도 몇 달간 재택근무를 했는데, 어땠나.
일을 더 많이 하는 것 같다. (웃음)
생각보다 미팅/회의를 더 많이 한다. 예전엔 장소 예약이나 담당자와의 스케줄을 맞추기 쉽지 않았는데 이젠 모두 컴퓨터 앞에 대기, 온라인으로 가능하니 간단한 이야기도 미팅을 잡아서 한다.
출퇴근이 없어 일과 사생활 분리가 안되는 것도 한 몫 한다. 보통 하루에 6-8시간 일했는데, 재택근무를 하니 9시에 자리에 앉아서 피곤해질 때까지 일한다. 컴퓨터를 켜기 전에도, 컴퓨터를 꺼도 계속 일 생각을 한다. 일하는 공간에서 완전한 분리가 안되니까 그런 것 같다.

@Deutsche Telekom

독일, 기술 수용과 인프라 구축 느린편,
신기술 나오면 “이걸 누가 써”
한국과 다른 인구밀도에 인프라 확대도 쉽지 않아

-통신사, IT회사인데 코로나 이후에 비대면 및 IT 기술이 더 각광받고 있는 것 같다. 프로젝트 차원에서 새롭게 시작된 게 있는지?
지금 뜨는 기술은 이미 그 전에 기획, 개발된 것으로 지금 시작하면 이미 늦은 게 아닐까 싶다. 코로나와 상관없이, 진행해온 프로젝트에 충실히 임하고 있다.

-드디어 독일 코로나앱이 나왔다. 독일에서 제대로 기능할까?
6월 말 현재 1400만명이 다운로드를 했다고 한다. 개인 정보 공유에 특히 민감한 독일인들의 평소 기술 소비 성향으로 보자면 괄목할 만한 성과라고 생각하지만 전체 인구에 비하면 아직 실효성을 논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

-한국 코로나 앱에 대해 독일 내 논란이 많았다.
사생활 침해 문제에 굉장히 민감한 이곳에서 한국과 같은 방식의 코로나 앱은 허용되지 않을 것이다. 처음 구글맵이 나왔을 때도 자동차 번호 지워달라, 집 지워달라 등 요청이 많아 이를 처리하는 데 인력이 많이 들었다고 한다.

-기술 강국의 이미지를 가진 독일인데, 신기술에 늘 호의적인 것 같진 않다.
한국이나 미국의 경우 기술 충성도가 높다. 신기술이 나오면 써 보고 싶어한다. 그런데 독일에선 ‘그런걸 누가 원해? ‘ 하는 반응을 흔히 접한다. 기술이 개발되고 최종 유저까지 도달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다. ‘얼리어댑터’라는게 우리에게는 쿨하고 긍정적인 의미이지만, 여기에선 딱히 그렇지 않다.

-이제 5G 광고를 하던데…
5G도 빨리 경험해보고 싶어서 오래 기다렸는데 세상에… 그래도 올해 초 정도면 대중화 되어 있겠지 했는데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그런데 이건 기술을 경험하고 싶어하는 사람의 관점이다.

-왜 그렇게 느릴까?
인프라 구축에 드는 시간이 너무 길다. 아직 베를린 내에서도 모바일 네트워크가 안되는 곳이 많다. 몇 해 전 까지만 해도 LTE가 안되는 곳이 더 많아 아예 꺼놓곤 했다. 그런데 나라마다 특성이 달라서 한국과 비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한국과 가장 큰 차이는 뭔가?
인구밀도다. 독일은 전역에 인구가 다 퍼져서 산다. 인프라 구축을 쉽게 할 수가 없다. 반대로 한국은 인구밀도가 높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인프라를 구축해도 손해보지 않는다. 독일은 인프라가 있어도 조심스럽게 사용하고, 인프라를 설치하는 것 자체도 신중하다.

도이체텔레콤 구인 사이트 ⓒDeutsche Telekom

개발자 구직시장도 바늘구멍
원서 10곳 쓰고 좌절하면 그건 아무것도 안 한 것
100곳은 써야 3곳 연락 올까말까

-코로나 이후에 개발자 수요가 늘었다고 들었다. 직접적으로 느낀 게 있나?
개발자들에게 헤드헌터로부터 연락이 많이 온다고 들었다. 코로나 이후 전화, SNS 가리지 않고 2~3배 더 연락이 온다고 하더라. 코로나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많은 것 보다는, 헤드헌터가 본인의 업무에 필요한 인력을 보충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개발자 구직 시장은 사실 큰 차이가 없다는 말인가?
크게 바뀐 게 없다고 보는게 맞는 것 같다. 개발자 일자리는 늘 많은 편이었다. 물론 일자리를 잃은크게 바뀌지 않았다고 본다. 개발자 일자리는 늘 많은 편이었다. 물론 일자리를 잃은 사람도 있겠지만, 고용자도 많다. 링크드인에 개발자 이름만 걸어놓으면 여전히 연락이 많이 오는 편이다.

-그래도 도이체텔레콤이나 대기업에 입사하는 건 녹록치 않을 것 같다.
쉽지 않다. IT, 개발자 일자리는 많지만, 좋은 일자리가 넘쳐나는 것은 아니다. 이곳의 고용시장 또한 타이트한 편이며 특히 도이체텔레콤이나 MS 등 큰 기업의 경우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과 같다.

-주훈님은 그러면 어떻게 취업에 성공했나.
운이라고 생각한다. 시기적으로도 좋았다. 박사과정부터 도이체텔레콤에서 일한 경우로 지금 보는 동료들도 다 박사과정때부터 봐 온 사람들이다.

-대학 때부터 도이체텔레콤을 염두에 두고 공부한건가?
그건 아니다. 나이 때문에 박사과정도 할 생각이 없었다. 남들 교수할 나이에 박사하냐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웃음). 그것도 운이 좋았다. 석사할 때 교수님이 좋게 봐 줬다. 역시 나이 때문에 더 잘하고, 많이 하려고 노력했다. 석사 이후에 교수님한테 일자리 없는데 추천 좀 해달라고 했다. 그 전에 열심히 한 걸 잘 봐주셔서 채용이 됐다.

-결국 열심히 한거다.
준비는 누구나 한다. 누구가 다 노력하는 세상에서 열심히 해라는 말은 의미가 없는 것 같다. 눈감고 노력만 열심히 하는 것 보다는 눈을 크게 뜨고 기회가 조금이라도 더 있는 곳으로 길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조금 더 험한 길일지라도 남들이 많이 걷지 않는 길을 택할수록 기회는 많아질 것이다.

-서류에서부터 떨어져 좌절하는 사람이 많다.
박사과정 채용 전에 원서를 수없이 많이 내고, 면접도 많이 봤다. 심지어 외노자 신세인데, 10 군데 정도 지원해보고 좌절하고 포기한다면 먹고 살겠다는 의지가 없는 거다(웃음).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안한 것과 마찬가지다.

-그럼 얼마나 해야 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대학 졸업장 하나 가지고 아무런 실무 경력이 없는 사람이 100군데 서류 지원을 하면 3곳에서 연락이 올까 말까 한다. IT 분야조차 그렇다는 말이다.

-개발자 취업을 원하는 이들에게 마지막으로 조언할 게 있다면?
회사는 회사가 원하는 임금을 주고 원하는 사람을 뽑으려고 한다. 개발자는 내가 원하는 임금을 받고 원하는 일을 하고자 한다. 그걸 조율하는 게 중요하다. 눈높이를 낮추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밥벌이를 하면서 더 좋은 기회를 엿보라는 말이다.


졸업도 힘들다는 독일 공대에서 박사과정을 거쳐 도이체텔레콤에서 일하고 있는 김주훈씨. 어떻게 보면 넘사벽 ‘성공사례’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와의 두차례에 걸친 인터뷰를 통해서, 그 누구보다 절박한 마음으로 노력해온 시간이 보였다.

한국에서의 지난한 직장생활,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공부, 그래서 더 제대로 하려고 했다. 그가 지금 자리에서 말하는 여러 조언과 시니컬하게 들릴 수 있는 ‘팩폭’까지, 모두 그의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다.

하나 분명한 것은 독일, 특히 베를린은 외국인 개발자에게 관대하며, 일자리도 많다는 것. 개발자인 내가 밥벌이를 하고자 한다면 분명 어떤 자리이든 구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베를린이다. 그 밥벌이가 과연 내가 원하는 일인가 아닌가는 두 번째 문제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