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ㅣ아우스빌둥] 맥주의 나라 독일에서 양조사 되기

[아우스빌둥] 맥주양조사 이용규|즐거운 일을 한다

베를린의 한 비어가든에서 만난 이용규 ©독밥/서다희

1548곳. 지난해 기준 독일 양조장 개수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크롬바허, 벡스, 에딩어 등 세계적 브랜드뿐만 아니라 동네마다 셀 수 없이 다양한 맥주를 맛볼 수 있는 곳이 바로 독일. 아쉽지만 소맥용 맥주는 아니다. 맥주 그 자체로 충분하기에 다른 것을 섞을 필요가 없다. 맥주의 본고장 독일에서 양조사가 되려는 사람들이 있다. 바이마르에 있는 펠젠켈러 양조장(Gasthausbrauerei Felsenkeller)에서 양조 아우스빌둥을 하고 있는 용규씨를 만났다.

 


[Azubi Profile]

이용규

1988년생
2018년 8월부터 양조사/맥아제조사 듀얼 아우스빌둥
바이마르 펠젠켈러 양조장(Gasthausbrauerei Felsenkeller)
드레스덴 농업경제 및 식품직업학교(BSZ)

 

– 독일, 그리고 맥주 양조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베를린에 있는 친구에게 놀러왔다가 다시 오게됐다. 2015년이었다. 독일에 와서 꼭 무엇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일단 독립하려고 했고, 1년간 독일어를 배우고 한국식당에서 일하면서 돈을 모았다. 이후에 생각했다. 뭘 해야할까? 대학을 가야할까, 일을 할까. 한국에서도 맥주 마시는걸 좋아했고, 독일에서 다양한 맥주를 마시면서 문득 양조를 하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지원 준비는 어떻게 했나?

정말 정보가 아무것도 없었다. 친한 독일 친구도 학생이라서 아우스빌둥 정보는 잘 몰랐다. 혼자서 구글링을 했다. 베를린에 있는 양조장을 다 검색했다. 나오는 곳에 다 메일을 보냈다. 독일 맥주 문화에 관심이 많고 아우스빌둥을 찾고 있다, 자리가 있냐, 인터뷰 하고 싶다. 지금에야 아는 것이지만 큰 맥주 회사는 보통 8월, 9월에 아우스빌둥을 시작하고, 그 전년도에 이미 모집을 끝낸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무턱대고 했다. 당연히 자리를 구할 수 없었고 비자 문제로 다시 한국에 가게 됐다. 한국에서 배울 수 있는 걸 배웠다. 홈브로링, 맥주 소믈리에, 한국술까지 매일 가서 배웠다. 한국에서 술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배우니 더 제대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생각이 더 구체화 됐다.

– 그리고는?

무비자로 와서 다시 양조장에 메일을 보냈다. 200곳은 넘게 보낸 것 같다. 내가 생각해도 큰 양조장은 가능성이 적었다. 독일 사람과 내가 인터뷰를 봤을 때 외국인인 나를 굳이 뽑아야 하는 이유? 없었다. 이 중 100여 곳은 답장이 왔지만 대부분 거절하는 메일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다른 곳을 추천해주고, 연결해주려고 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런 사람들 때문에 용기를 얻었다. 도와주는 사람들도 있구나, 잘하면 되겠구나.

처음부터 큰 목표가 있을 필요는 없다
좋아하는 걸 찾다가 발견한 양조 아우스빌둥

– 그러다 지금 일하는 곳에서 답을 받은건가?

무비자 상태라서 체류 기간이 일주일도 남지 않았을 때였다. 마음이 급한 상태였는데 마침 바이마르 펠젠켈러 양조장에서 연락이 왔다. 사실 내가 원했거나 좋은 조건은 아니었다. 소규모에 전통적으로 식당과 함께 운영하는 곳이다. 그런데 비자도 급했고, 정말 고난의 와중에 받은 합격 통보였다. 바로 바이마르로 가서 계약서 도장을 찍고 수습 근무를 시작했다.

– 합격한 비결은?

대부분 양조장이 바로 학교를 졸업한 어린 친구들을 선호한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내가 나이가 좀 있었고, 외국인이지만 독일어도 어느정도 하는 걸 좋게 생각했었던 것 같다. 한국에서 이수한 교육도 모두 썼는데 그런 경험도 좋게 평가한 것 같다.

 

펠젠켈러 양조장의 양조시설 ©이용규

 


양조사 아추비(Azubi)로서의 삶

 

 

 

– 양조 아우스빌둥 구성은 어떻게 되어있나?

일단 대부분 아우스빌둥처럼 3년 과정이다. 듀얼 아우스빌둥으로 양조장에서 일하고 직업학교에서 수업을 듣는다. 드레스덴에 있는 직업학교(BSZ für Agrarwirtschaft und Ernährung Dresden)에서 두 달에 한 번, 한 번에 3-4주 동안 수업이 이어진다. 이 기간에도 양조장에서 월급은 계속 나온다. 내가 일하는 양조장은 병입장 등이 따로 없어서 더 큰 곳에서 프락티쿰을 해야한다. 바이마르와 드레스덴을 왔다 갔다 한다.

– 학교 생활은 어떤가?

양조학과에 40명 정도가 있는데 대부분 독일인, 20대 초중반이다. 30대도 저 포함 4명 40대도 있다. 외국인은 폴란드 친구 한 명과 나 이렇게 둘 뿐이다. 처음에 오티 날 질문을 많이 받았다. 아시아인이 드물어서 많이들 도와주려고 한다.

처음에는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 시험도 모두 주관식, 스케치 그림 그리는 것도 있었다. 질문도 많이 주고 받고, 적응하는데 반 년은 걸린 것 같다.

– 양조장에서는 어떤 일을 하나?

마이스터 한 명과 나 이렇게 두명이서 일한다. 맥주 만드는 전 과정을 모두 한다고 보면된다. 작은 양조장이라 경험을 더 폭넓게 할 수 있다. 작은 만큼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많다. 아우스빌둥 일을 시작하고 6개월 뒤에 마이스터가 일을 그만뒀다. 나 혼자 일하게 됐다. 완전 이등병처럼 일했다. 입은 닫고 몸으로만 일했다.

새 마이스터가 들어왔는데 친구처럼 잘 맞았다. 지난해부터 마이스터가 양조하는 걸 허락해줬다. 마이스터가 창고에서 일하고 내가 맥주를 만든다. 지금까지 100회 이상 만든 것 같다. “오늘 해야할 일이 뭐죠” 묻지 않고 바로 일을 시작할 만큼 합이 잘 맞는다.

 

브루마이스터인 홀거 우리히(Holger Uhrich) ©이용규

 

– 소규모 양조장의 장단점을 꼽는다면?

모든 분야를 폭넓게 경험해 볼 수 있다. 큰 양조장의 경우 한 부서에서만 일하기도 한다. 병입장, 청소, 관리 구경하는 것 정도만 할 수 있는 곳도 있다. 물론 큰 시스템을 보는 것도 장점이다. 양조 테크닉도 시대에 따라 변한다. 큰 업체는 그런 것을 빨리 빨리 도입하고 받아들인다. 사실 큰 규모의 양조장에서 일하는 걸 추천한다. 나도 마이스터와 관계가 좋지 않거나 일에 제한이 있었다면 양조장 바꾸는 걸 고민했을 것 같다.

– 외국인으로서 독일 전통 분야 일하는게 쉽지않을 것 같다. 그런 단점들을 어떻게 이겨냈나?

한국인 특징이기도 한데 근면성실함(!)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마이스터가 하는 말도 다음 아우스빌둥을 뽑을 때 어린 친구를 뽑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17살 18살 친구들의 각이나 인식, 태도가 다르니까. 나는 나이가 비교적 많지만 그런 것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향기롭게 발효중인 맥주의 모습 ©이용규
양조장의 흔한 작업 풍경 ©이용규

아우스빌둥 노동 조건

 

 

– 아우스빌둥 노동 조건은 어떤가?

계약서 쓰기 나름인데 나는 주 5회 40시간 일하고 24일 휴가를 쓸 수 있다. 아우스빌둥 월급은 첫 해 800유로, 2년 차에 900유로 3년 차에 1000유로를 받는다. 첫 해 세금을 떼고 나면 550유로 정도를 받았다. 지금은 800유로가 조금 넘게 받는다. 소도시 방값이 저렴하다, 250유로. 먹고 살 정도는 된다.

독일어의 수준은 어느정도 되어야 하나?

아우스빌둥을 할 때 굳이 “독일어 잘 해야되나?”라는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업장 입장에서는 소통이 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인터뷰 때 망하면 끝난다. 나도 외국인이긴 하지만 생각보다 의사소통이 되긴 된다는 인상은 준 것 같다. 당연히 잘 할 수록 좋고, 일하는 데 의사소통은 되어야 한다.

– 맥주는 독일 전통분야다. 쉽지 않을 거 같다

나는 밝은 면을 보고 시작했다. 물론 시간이 지날수록 안 좋은 면도 있다. 인종차별이나 그런 것들 어디든 다 똑같다고 생각한다. 우리 부모님 세대도 외국인들 보며 아무 생각없이 막말을 하시는 경우가 있다. 나도 느낀 건 50세가 된 사람의 사상을 바꿀 수는 없다. 다만 좋은 사람도 많다. 그런 면을 보려고 노력한다.

외국 생활, 다 힘들다
밝은 면을 보자
고된 하루는 시원하고 맛있는 맥주와 함께 ©이용규

아우스빌둥, 그 후?

 

 

 

– 아우스빌둥 이후 생각한 진로가 있는가?

일단 아우스빌둥이 끝나면 양조사 자격이 나온다. 마이스터 과정까지 포함해 빠르면 4년 안에 마이스터가 될 수 있다. 마이스터 1년 과정이 있는데 학비가 만 유로 가까이 된다. 이후에도 원한다면 계속 더 공부할 수 있는데 사실 나이도 있어서 오래 공부하는 건 부담스럽다.

마이스터까지 마치고는 다른 유럽 국가에서 일해보고 싶다. 맥주 박람회를 갔었는데 모두 다 영어로 소통을 하더라. 우리가 생각하는 크래프트 비어의 이미지, 자유롭고 글로벌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국제적으로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일랜드나 네덜란드 같은 영어권 국가에서 일해보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다.

– 한국에 돌아와서 할 수 있는 일도 있을까?

한국 맥주시장도 계속 성장세에 있다. 내가 아는 사람은 아우스빌둥 끝나고 한국으로 바로 들어갔는데, 들어가자마자 취업했다. 양조사가 없다고 아는 사람 있으면 소개 좀 해달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긍정적인 신호인 것 같다.

– 맥주 양조의 매력은?

맥주 만드는 것이 어렵지는 않다. 일하다 보면 사소한 일들이 많이 생기고 그 작은 일이 맥주 품질을 결정한다. 그 관리를 잘 하는 게 중요하다. 맥주를 좀 아는 사람들은 먹을 때 보통 흠을 잡으려고 한다. 맥주는 음식과 같다. 어떤 작은 차이로 산미가 높아지거나 할 때 그 맛을 그 양조장의 수제 맛(Hausgeschmack)이라고 한다. 어떻게 보면 맛잡기에 실패(Geschmakfehler)한 거다. 맥주는 개인적인거다. 그래서 더 재미있는거 같다.

– 독일 맥주 중 어떤 맥주를 좋아하나 

Störtebeker.

 

펠젠켈러에서 만든 맥주들 ©이용규
인터뷰: 독밥
정리: 이유진
사진: 서다희, 이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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