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외무스미디어 재무팀 이유선|명확한 직군으로 ‘찐’독일회사 취업하기

IT, 공대, 기계, 기술 … 이런 단어들이 독일 취업의 ‘기본’으로 불리는 시대. 독일취업이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지 말자. 독일어, 그리고 원하는 직군 하나를 우직하게 끌고 ‘찐’ 독일 회사에 취업한 (문과) 한국인이 있다.

독일 라이프치히에 있는 학술 출판사 외무스 미디어(OEMUS MEDIA AG). 한국인과는 큰 연관이 없을 것 같은 그야말로 독일 로컬 기업의 재무행정팀 사원으로 일하고 있는 이유선씨를 만났다. 유선씨에게 중요한 건 회사의 이름이나 분야가 아니다. 바로 직군이었다. 회사에 외국인이라고는 유선씨 한 명. 라이프치히 기업, 재무회계 분야 두 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찐’ 독일 회사에 취업한 유선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1989년생
한국에서 독어독문 학사
라이프치히 응용과학대학 HTWK 경영학 학사
프랑크푸르트 한인 세무법인 인턴
2019년 11월부터 외무스 미디어 재무행정팀 사원으로 근무

 


독일 경영학 찾아 들어간 응용과학대학(Hochschule)

 

 

많은 이들이 그랬겠지만 독어독문학 전공은 성적에 맞춰서 간 거다(웃음). 독일에서 어학연수를 했는데, 이곳에서 일하며 살고 싶었다. 사람들이 여유도 있고 좋아보였다. 한국에서 바로 해외취업을 하는 것 보다 현지에서 학교를 졸업하는 게 더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유학을 결정했는데, 당시는 원하는 진로가 정확하지 않아서 경영학과를 선택했다.

경영학을 찾다가 라이프치히 응용과학대학(Hochschule für Technik, Wirtschaft und Kultur Leipzig)으로 갔다. 줄여서 하테베카 HTWK라 부른다. 전공은 BWL(Betriebswirtschaftslehre), 우리나라로 치면 경영학과다. 종합대학 우니에는 경영학과가 없고 대신 경제학과가 커리큘럼이 비슷하다. 경영학은 응용학문으로 보기 때문에 응용대학에만 전공이 있다.

라이프치히 응용대학 HTWK는 커리큘럼이 모두 짜여져 있어서 우니보다 선택의 폭이 좁고 빡세다. 대부분이 의무과목이라 원하든 원치않든 다양하게 배울 수 있었고, 이론뿐 아니라 실용적으로 배울 수 있는게 확실히 있었던 것 같다. 프로그래밍, 정보처리, 회계 프로그램, 회계 시험문제를 풀고 자격증을 딸 수 있는 수업도 있었다.

 

라이프치히 응용과학대학ⓒHTWK Leipzig/Swen Reichhold

 

[DOKBAB TIP] 

독일에서 대학은 크게 종합대학(Universität)과 응용대학(Hochschule)으로 나눌 수 있다. 일반 순수학문은 종합대학, 실무/실습 등이 강화된 응용학문은 응용과학대학에 주로 개설되어 있다. 예를 들어 우니에는 커뮤니케이션학과가 있지만 응용대학에는 미디어기술 전공이 있는 식. 종종 응용과학대학이 한국의 ‘전문대학’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틀렸다. 전공과목에 차이가 있을 뿐 모두 학사 3년 과정, 우리나라의 ‘4년제 대학’ 학사 등급과 동일하다. 

 


한국회사 그만두고 독일회사를 찾은 이유

 

 

일단 학교를 졸업하고 빨리 취직하고 싶었다. 독일인과 비교해서 나의 메리트가 있을만한 곳은 한국회사였다. 독일에는 이직이 흔하기 때문에 일단 들어가서 경력을 쌓고, 독일 회사로 이직할 계획이었다. 독일 내 한국회사는 공채도 있지만 내 경우는 먼저 회사에 컨택을 해서 면접을 보고 입사했다.

독일에 온 목적이 없어진 것 같았다. 나는 일도 중요하지만, 내 삶도 중요한 사람인데 그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 있는 한국회사와 큰 차이가 없었고, 같은 회사 안에서도 독일인과 한국인은 조금 다르게 일하는 분위기가 있어서 괴리감이 많이 들었다.

재무 회계 직군으로 가고 싶었고, 라이프치히에 계속 살고 싶었다. 회사 규모나 종류, 이름은 상관없었다. 해당 직군만 봤다. 라이프치히 지역 구인광고에서 재무, 회계 키워드(Buchhaltung, Finanzbuchhaltung…)로 검색해 그 일자리에만 지원했다. 라이프치히 내에 있는 회사 10곳 넘게 썼는데 3곳에서 연락이 왔다.

구인광고를 자주 보다보면 계속 보이는 곳이 있다. ‘사람이 잘 안 구해지나보다’, ‘여기는 사람이 급한가보다’, ‘여기는 왠지 될 거 같은데?’ 이런 생각이 드는 회사에 지원했다. 나름의 전략이었다(웃음).

가서 1차 면접을 보고 바로 사장님이랑 1:1 면접을 봤다. 자기소개, 학교 전공, 인턴 경험, 하고 싶은 직무, 독일에 온 이유, 연봉 이야기까지 편안한 분위기였다. 처음에는 긴장했는데, 나중에는 긴장이 풀려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 한 것 같다.

온라인으로 회사 재정상황을 볼 수 있어서 지난 4-5년치를 파악하고 갔다. 완전히 자세히는 아니라 학사 수준에서 볼 정도로. 장기적으로 안전해 보인다며 회사의 장점을 언급했다. 분위기가 좋았다. 그 자리에서 바로 사장님이 일을 하자고 했다. 월급이 조금 작다고 생각했지만 그 외에는 모두 좋았다. 다음날 바로 오케이 했다.

회사 사무실에서 유선씨 ⓒ독밥/이유선

 

취업비자를 받으려면 노동청 동의도 있어야 하는데, 연봉이 작다고 문제제기를 했다. 월 2700유로 이상 되어야 취업비자를 줄 수 있다고 했다. 대학 졸업자, 해당 전공 부문 취업자들의 평균 연봉이었을거다.

회사에 그대로 이야기를 했고, 회사 변호사가 이틀 정도 알아보고 고민했다. 그리고 노동청에서 요구하는 임금으로 상향 조정해서 계약했다. 회사도 새로운 사람을 찾는 것 보다는 낫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먼저 독일학교 졸업장이 있고, 인터뷰 때 성적이 좋다는 이야기도 언급됐다. 독일인과 함께 대학을 다니며 좋은 학점을 맞아서 긍정적인 인상을 줬다고 생각한다.

또 인터뷰를 할 때 독일어 의사소통에 큰 문제가 없었다. 외국인이라서 안 뽑을 이유는 언어 문제가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외국인이지만 일하는 데는 문제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을거다.

 

[독일 회사 정보] OEMUS MEDIA AG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1994년 설립된 외무스 미디어(OEMUS MEDIA AG)는 치의학 분야 학술지 및 매거진을 전문으로 하는 출판 회사다. <ZWP Zahnarzt Wirtschaft Praxis> 등 치과, 치과의사를 대상으로 하는 전문지를 발행하고, 관련 분야 학술회의, 세미나, 박람회 등 이벤트를 기획하고 운영한다. 홈페이지: https://oemus.com

 


재무회계팀, 명확한 직군을 공략한다

 

 

학사 졸업 조건으로 3개월 인턴을 해야했고 우연히 세무법인 사무실에서 일하게 됐다. 일을 하면서 의외로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과 분야이지만 프로그램 활용 등 기술이 필요하고, 법도 알아야하는 분야였다. 또 독일에서 가정을 꾸리고 살고 싶은데 경력단절 없이 오랫동안 일할 수 있는 분야로 보였다.

그렇다. 모든 회사에 필요한 직군이 재무 회계, 인사관리직이다. 마케팅, 영업은 회사마다 스타일이나 업무 방식에 차이가 있다. 그런데 이 직군은 업무 방식이 대부분 비슷하다. 즉, 이직도 어렵지 않다는 뜻이다.

직종은 Buchhalter/in, 회사의 재무행정팀 사원이다. 회사 결제업무를 진행한다. 현금 출납, 은행 결제, 영수증 처리, 결제 처리. 달마다 부가세 신고. 회사 세무사는 따로 있고, 계산을 해 주면 우리 부서에서 처리한다.

회사 규모는 100여명 정도 되는 것 같다. 그 중 내가 일하는 재무팀은 3명이다. 취업하고 얼마되지 않아서 거의 정년까지 일하고 있던 직원 한 분이 퇴직했고, 바로 위 사수는 육아휴직중이다. 얼떨결에 혼자 있게 되어서 인사팀 등 옆 부서 동료가 함께 도와주고 있다.

 

유선씨 사무실 자리. 전형적인 독일로컬기업 사무직종이다. ⓒ독밥/이유선

 

업무는 대부분 독일어로 한다. 외부 고객과의 소통에서 이메일과 전화 비율이 6:4 정도인 것 같다. 아무래도 전화보다는 이메일이 쉬운 편인데, 전화도 하다보면 노하우가 생긴다. 대부분 질문이 비슷하고, 내가 이해한 걸 다시 물어서 반드시 확인한다. 요구사항이 복잡해 진짜 못알아듣는 경우에는 이메일로 보내달라고 한다. 확실히 이해를 하고 업무를 처리하고, 동료들에게 질문도 많이 한다.

일부 외국인 고객들에게는 영어로 메일을 쓰기도 하는데, 업무 영어 범위가 정해져 있어서 큰 어려움은 없다. 업무 언어도 하다보면 는다.

회사가 의학 관련 전문 매거진, 학술지 등을 출판하고 의학 박람회도 기획한다. 나는 출판물 이름 정도만 알고 어떤 전시회인지 큰 키워드만 알면 된다. 내가 하는 일은 그 콘텐츠를 다루는 게 아니라 회계 직군, 명확하다. 업무적으로 쓰이고 필요한 독일어, 그것만 하면 된다.

재무회계팀 없는 회사 없어
어떤 회사든 비슷한 업무, 이직 수월하고 평생직종으로 가능한 직군

 

먼저 주 40시간 근무. 휴가는 연 25일. 휴가는 2021년부터 연 2일 더 늘어난다. 월급은 세전 2000유로 후반. 대중교통비, 자녀들 유치원 비용을 60% 지원해준다.

8시에서 오후 5시, 혹은 9시에서 오후 6시까지 일하고 점심시간은 1시간이다. 9시에서 4시까지가 핵심근무시간으로 앞뒤로 출퇴근시간 조정할 수 있다.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노동시간도 조정하는데, 비흡연자는 점심시간을 30분으로 책정할 수 있다.

아우스빌둥 졸업자, 학사, 석사 졸업자 등 독일도 최종 학력에 따라서 연봉 차이가 있지만, 사실 계약하기 나름인거 같다. 우리 회사에도 직업아카데미 다니면서 공부와 직업훈련 같이 하는 아추비가 있다. 그들도 정식 프로그램을 마치고 계약 협상을 잘 한다면 연봉을 올릴 수 있다. 같은 학사라도 본인이 계약하기 따라서 연봉이 조금씩 다른 것으로 안다. 연봉협상이 중요한 이유다.

 

외무스 미디어에서 출간하는 치의학 전문 간행물 ⓒhttps://oemus.com/ueber-uns

 

회사에서 유일한 비독일인이다. 처음에는 걱정되는 부분도 있었는데 오히려 유일한 외국인이다보니 더 관심을 갖고, 말을 붙여주고 챙겨준다. 그리고 기대가 높지 않아서 그런지 칭찬도 후한 편(웃음).  오히려 외국인이라 장점이 더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이직 생각이 있었는데, 일하다보니 회사가 좋아서 오래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동료들도 좋고, 회사 복지도 계속 좋아지고 있다. 회사 사장도 젊은 편이고 10-15년차 직원이 많은데 회사가 좋다는 이야기다.

굳이 이직을 할만한 이유가 없는 거 같다. 월급은 연차 쌓일수록 연봉협상을 하면 되니까. 나는 돈을 많이 벌면서 살고싶은 건 아니다. 이직보다는 여기서 계속 경력을 쌓아서 부서장이 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 취업할 때는 보통 회사 이름을 본다. 유명한 대기업에 들어갈수록 ‘성공’한 취업으로 본다. 그러다보니 독일 취업을 준비할 때도 우리가 잘 아는 독일 ‘대기업’ 타이틀에 목숨거는 경우가 많다. 독일에서는 회사의 이름보다 직군이 더 중요하다. 내가 일할 분야와 직종, 경력이다. (물론 큰 기업일수록 연봉이 높을 수 있다) 지역 기업, 작은 기업에서 시작해 경력을 쌓고 이직하는 게 자연스럽다.

유선씨의 사례에서 인상 깊었던 점은 재무회계팀으로 들어가고자하는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특정 직군을 공략했다는 것이다. 이 직종은 중장년층도 재훈련을 통해 취업하는 경우가 많다. 한 번 시작하면 평생 일할 수 있는 안정성이 있다는 뜻.

유선씨가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을 정도의 독일어를 구사한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유선씨는 독일에서의 빡센 대학 생활, 졸업 필수 요건이었던 인턴 업무 등을 통해 독일어가 자연스럽게 늘었다. 언어만 된다면 마케팅, 인사 행정, 법, 세금, 영업, 모든 분야에서 일할 수 있다. IT 등 독일어가 크게 필요하지 않은 분야도 있지만, 일반 현지 회사에 취업하기 위해서는 독일어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이 경우에는 독일 대학 과정부터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인터뷰 및 정리: 이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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