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 스님과 함께한 베를린 ‘화합의 식탁’

1989년 11월 9일. 베를린장벽이 무너졌다. 올해 베를린장벽 붕괴 30주년을 맞은 베를린은 소위 ‘장벽주간’을 맞아 일주일 내내 도시 곳곳이 시끌벅적했다. 독일 통일 역사를 그 어느 나라보다 관심을 가지고 보고 있는 한반도 관련 행사도 줄을 이었다.

 한국 관련 다양한 단체도 다양한 통일과 평화의 담론을 이야기하는 행사를 기획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행사 중 하나가 바로 정관 스님과 함께하는 ‘화합의 식탁’이다.

정관 스님과 함께하는 ‘화합의 식탁’ (c)dokbab/yujinlee

지난 11월 7일 베를린 포츠다머 플라츠에 있는 한국문화원. 아직도 선명히 박혀있는 장벽의 선을 따라 걷다 보면 만나는 한국문화원, 바로 이곳에서 정관 스님과 함께하는 ‘화합의 식탁’행사가 개최됐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베를린지회와 통일부가 주최하고, 크레잇터스(CrEATers)와 금아트프로젝트가 주관한 프로젝트다. 베를린에서 활동하고 있는 30여 명의 청년들이 특별히 초청됐다. 장단기로 베를린에 거주하는 한인 청년, 동포 2-3세, 한독가정의 자녀, 그리고 입양동포들까지. 한민족이라는 공통점을 가지면서도 그 역사와 배경이 다양한 청년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정관 스님은 베를린에서는 이미 알아주는 ‘유명 인사’다. 2017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넷플릭스가 제작한 ‘셰프의 테이블’이 상영되고, 독일의 유명 셰프인 팀 라우에 셰프와 함께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특히 최근 자연과 유기농, 환경을 중시하는 독일에서 우주와 자연의 이치를 담고 정성과 마음을 담은 정관 스님의 요리는 더 큰 의미를 지닌다.

(c)dokbab/yujinlee

정관 스님은 ‘화합의 식탁’에서 요리 철학을 전하고, 한국에서 직접 키운 식재료를 가져와 직접 요리를 선보였다. 이날 메뉴는 연잎밥과 표고버섯 조청 조림, 감 말랭이 복분자청 무침. 한국에서 직접 표고버섯을 가져온 정관 스님은 독일 아시아 마켓에서 우연히 북한산 버섯을 발견했다면서 ‘이 자리에서 이미 통일이 이루어졌다’며 미소지었다. 

정관 스님은 매년 한 번씩은 베를린을 찾는다고 한다. 방문할 때마다 이곳에서 장벽과 분단, 그리고 통일의 흔적을 만난다. 정관 스님은 “베를린에 올 때마다 통일의 흔적을 볼 때마다 우리 생각이 난다”면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이 오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식사를 마친 이후에는 정관 스님이 직접 만든 강정과 직접 우려낸 차를 맛보며 모두 자리에 앉아 명상하고,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정관 스님과 함께한 ‘화합의 식탁’. 이 행사는 단순한 남북 화합을 기원한 프로그램은 아니었다. 다양한 역사와 배경을 가진 한민족 청년들이 함께했고, 정관 스님과의 대화를 통해서 내면의 화합을 찾아갔다. 정관 스님은 다음날 남북정원 ‘제3의 나라’가 설치된 베를린 성 마테우스 교회에서 ‘화합의 만찬’ 행사를 이어갔다. 이 행사는 남북에서 자라는 나물로 요리한 유럽식 정찬을 불가의 식사예법인 ‘발우공양’으로 맛보고, 기독교와 불교의 제례를 혼합한 양식으로 진행되어 큰 감동을 줬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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