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독일 문화예술계 지원
코로나 19로 독일 문화예술 산업 기반이 위기에 처했다. 현재 독일의 모든 문화 시설은 문을 닫았고, 오프라인 행사는 모두 취소됐다.
지금 이 순간, 어렵지 않은 경제 분야는 없겠지만, 문화 분야와 여기에 종사하는 문화인들의 생존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 지원으로 이뤄지는 수많은 문화 프로젝트가 중단 혹은 취소되고, 주요 수입원이었던 티켓 수입이 사라졌다.
특히 월급을 받는 직원이 아니라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대부분의 예술가들은 당장 다음 달 월세 걱정을 해야 하는 처지다. 현재 독일 연방정부 및 주정부는 각 분야의 피해를 파악하고, 구제 대책을 속속 마련하고 있다. 초기 지원은 대부분 소규모 기업과 자영업자, 프리랜서 등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여기서는 문화예술 분야가 가장 많이 적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1. 연방정부 차원의 지원
독일 연방정부 문화부는 지난 11일 코로나 19 관련한 첫 입장을 발표했다. 각 도시에 1,000명 이상 행사가 금지되면서 대형 문화행사 및 콘서트홀이 다 문을 닫을 시점이었다. 모니카 그뤼터스 문화부 장관은 “지금 상황이 문화 창조 분야에 큰 부담이 되고 있고, 특히 소규모 기관과 프리랜서 예술가들에게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면서 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할 것을 원론적인 차원에서 이야기했다. 이후 주정부의 문화정책 담당, 각 문화 협회 및 기관 대표들과 회의를 거쳐 대략적인 지원 대책을 다시 발표했다.
-1인 자영업자 및 프리랜서, 소규모사업자를 위한 즉시지원금(Soforthilfe-Program)
독일 연방정부는 23일 1인 자영업자, 프리랜서, 소규모 사업자를 위한 긴급 지원금으로 총 500억 유로(약 68조원)를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화예술계뿐만 아니라 독일 전 영역을 아우르는 지원규모다. 문화예술 분야에 특히 적용되는 부류는 1인 자영업자 및 프리랜서다. 음악가나 사진가, 작가, 통번역가, 사회자 등 다양한 분야 종사자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 외에도 소규모 문화예술 단체가 지원 대상이 된다. 지원형태는 추후 반환이 필요 없는 즉시 지원금으로, 각 주정부를 통해서 집행된다. 지원 조건은 코로나19로 인한 직접적인 경제적 피해를 입은 곳이다. 직원 5명 이하 사업자는 3개월간 최대 9,000유로(약 1,200만 원), 직원 10명 이하 사업자는 3개월간 최대 1만 5,000유로(약 2,020만 원)를 지원받을 수 있다. 연방정부는 최대한 서류작업을 줄이고 빠른 시일내에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 공공 지원 프로젝트 지원금 반환 요구 포기
독일의 주요 문화 기관은 대부분 정부 지원금을 받으며, 프로젝트별로 지원을 받는 경우도 많다. 프로젝트 지원금이 목적에 맞게 쓰이지 못한 경우 원칙적으로는 지원금을 반납해야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프로젝트 연기 및 취소의 경우는 정부가 반환 요구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 단축노동지원금(Kurzarbeitergeld), 세금, 유동성 지원
그 외 세금, 유동성 지원 및 노동법 분야에서 기본적인 지원 원칙이 나왔다. 단축노동지원금은 독일 실업 부조 중 하나로 회사가 경영상 어려움으로 해고 대신 노동 시간을 줄이는 경우 정부가 노동자에게 지원금을 주는 제도다. 연방정부는 현재 코로나 19 여파로 245만 명 이상이 단축 노동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지원금 지급에 유연성을 높일 방침이다. 세금 분야에서는 세금 부과 및 선납을 연기할 수 있도록 하고, 코로나 19로 발생하는 세금 강제집행 및 연체/과태료 부과를 하지 않기로 했다. 또한 자영업자와 프리랜서 등이 독일개발은행(KfW) 및 유럽개발은행(ERP)을 통해 대출할 경우 대출 요건을 완화할 방침이다.
– 예술가보험 납부금 조정
독일 예술가들은 회사에 소속되어 있지 않더라도, 예술 활동으로 생활을 영위하는 것을 증명하면 공공보험 시스템의 혜택을 받는다. 이 예술가보험(Kunstlersozialkasse)은 매년 예상 수익을 통해 의료, 연금, 간병 보험료가 책정되며 국가가 절반 정도를 부담한다. 코로나 19로 수익 하락이 예상되는 예술가들은 바로 예술가보험에 신고하여 보험료 부담을 줄일 수 있다.
2. 문화계 분야별 지원
독일 예술계는 분야별로 이익단체 및 협회 등이 잘 조직되어 있다. 코로나 19 이후 관련 공공 기관 및 협회에서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직접 지원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 영화진흥청(Filmforderungsanstalt,FFA)
독일 연방정부 차원의 영화 지원 기관인 영화진흥청은 영화관, 제작, 배급 분야별로 코로나 19의 영향을 분석하고 긴급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영화진흥청에 따르면 지금 대부분의 영화 촬영 및 제작 일정이 중단되었으며, 영화관 폐쇄로 인한 영화관 운영 및 배급 문제 또한 심각하다. 영화진흥청이 직접 지원하는 제작 프로젝트도 현재 22건이 연기되거나 취소됐다. 영화진흥청은 연방정부 문화부가 발표한 기본 원칙에 따라서 이미 지원된 비용을 환수하지 않으며, 프로젝트가 연기된 경우에는 미리 확정된 지원금 또한 보장할 계획이다. 영화진흥청은 이를 위해서 일단 예비금 750만 유로(한화 약 101억 1,690만원)를 투입한다. 추후 상황을 다시 분석해 필요할 경우에는 추가로 250만 유로(한화 약 33억 7,320만원)를 더 승인할 예정이다.
– 공연 예술 및 음악저작권협회
음악저작권협회(Die Gesellschaft fur musikalischeAuffuhrungs- und mechanische Vervielfaltigungsrechte, 이하 GEMA)와 공연예술 분야 저작권협회(Die Gesellschaft zur Verwertung von Leistungsschutzrechten, 이하 GVL)는 협회 소속 회원들을 대상으로 지원금을 지급한다. 작곡가와 작사가, 공연예술가 등이 포함된 GEMA는 협회 회원을 대상으로 총 4,000만 유로(한화 약 533억 5,680만원)에 이르는 긴급지원금을 조성하기로 결정했다. 신청 및 검토를 거쳐서 4월 1일과 6월 1일, 두 차례에 걸쳐 지급될 예정이다. GVL 또한 1인당 최대 250유로(33만 7,320원)의 긴급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다.
3. 주정부 지원
현지에서 활동하는 예술가 개개인과 중·소규모 문화 사업자와 기관들은 연방정부가 아니라 주정부로부터 직접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현재 각 주정부가 긴급지원 대책을 속속 내놓고 있으며, 즉시 지원금 및 대출 방식으로 규모의 차이가 있을 뿐 지원 방식은 비슷하다. 비교적 구체적 규모가 나온 베를린과 바이에른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 베를린
베를린시는 지난 3월 19일 지원대상 규모별로 두 종류의 긴급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첫 번째는 직원 250명 이하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것이며, 베를린투자은행(IBB)을 통한 유동성 지원이다. 건당 최대 50만 유로(한화 약 6억 7,446만원)로 한정되며, 이 부문에는 클럽과 같은 문화 시설, 레스토랑도 적용된다. 두 번째는 최대 5명 이하 소규모사업자와 1인 자영업자, 프리랜서를 위한 즉시 지원 대책이다. 베를린시는 이 부문이 특히 문화예술 창조 분야의 종사자를 위한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일단 총 1억 유로(한화 약 1,348억 9,200만원)를 투입한다. 지원금은 한 번에 최대 5000유로(한화 약 674만원)로 한정되며, 개인인 경우 6개월 이후, 2명 이상의 사업장은 3개월 이후 재신청이 가능하다.
– 바이에른주
바이에른주는 주정부 전역을 대상으로 총 100억 유로의 특별 자금을 투입한다. 바이에른주 또한 이 지원 대책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 유동성 안정화라면서 특히 문화 및 창조 분야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직원 250명 이하까지의 중소규모 회사를 대상으로 최대 3만 유로까지 지원금을 지급하고, 5명까지는 소규모 사업장 및 개인에게는 최대 5,000유로(한화 약 674만 4,600원)까지 지원한다.
–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는 주정부 차원에서는 처음으로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한 지원 대책을 발표하고 즉시 실행에 옮긴 곳이다. 예술가보험에 가입된 예술가들에게 최대 2,000유로(한화 약 270만원)를 긴급 자금으로 지원한다. 1장짜리 신청서에 이름과 계좌번호, 신청액을 기입하고, 신분증 사본, 예술가보험등록증, 실질적인 피해 증명서를 제출하면 된다.
현재 코로나 19 관련 독일 내 문화예술 분야 지원 정책은 일차적으로 긴급한 현금 융통이 필요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즉시 지원금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는 예술가 개개인의 생존뿐만 아니라 독일 문화 다양성을 유지하던 수많은 소규모 문화예술 단체를 살리기 위한 목적이다. 독일 연방정부 문화부에 따르면 독일에서 문화예술 및 창조 경제 분야는 1000억 유로(한화 약 134조 8,920억원)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화학 산업, 에너지 공급업체, 금융 서비스 분야보다 규모가 더 큰 분야다. 그리고 그 분야를 지탱하는 것은 바로 개개의 자유로운 예술가들과 예술가 단체, 협회, 다양한 규모의 문화 기관들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가장 먼저 중지되어야 했던 문화 분야는 역설적으로 그 사회적 필요성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소통과 결속을 담당해 왔던 것이 바로 문화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19 위기에서 독일 문화부장관 모니카 그뤼터스가 한 말이 바로 그런 의미다.
문화는 사람들이 좋은 시기에만 즐기는 사치품이 아닙니다. 지금 우리가 일정 기간 동안 문화를 포기해야 하는 이 시점에서, 우리가 문화를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D
※ 참고자료: http://kofice.or.kr/c30correspondent/c30_correspondent_02_view.asp?seq=18236&page=1&find=&search=&search2=%EB%8F%85%EC%9D%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