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음악계의 유일한 아시아 여성 리더, 슈테피 킴
2010년, 독일 음악 산업계에서 외국인은 물론 여성들도 보기 어려웠던 시기에 슈테피 킴(Stefanie Kim)은 베를린에서 엔터테인먼트 에이전시 ‘킴콤(KIMKOM)’을 설립했다. 슈테피 킴은 폴 매카트니, 아틱 몽키스, 크리스틴 앤 더 퀸즈, 스티브 아오키 등 글로벌 아티스트의 독일 내 PR을 담당하고 유튜브, 구글 등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을 이어갔다. 최근까지 워너 뮤직 유럽의 D.I.E(diversity inclusion and equity) 디렉터로 일했다. 최근 글로벌 기업의 필수 테마인 다양성과 포용, 평등 부문의 정책을 총괄하는 직책이다.
킴콤 설립 당시만 해도 주위에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았다. 독일에서 나고 자랐지만 아시아인으로서 그리고 여성으로서 보수적인 독일 음악계에서 일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그들은 “당신의 결정이 옳았다”고 말한다.
슈테파니 킴 대표는 독일과 유럽의 음악 산업을 무대로 활동하며 현지에서 확장되고 있는 케이팝 씬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다. 무엇보다 독일의 주류 음악 산업계의 시선으로 독일 내 케이팝의 확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현지 아티스트와 업계 관계자들과 더 자주 만나고 얽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슈테피 킴은 말한다. 현지의 엔터테인먼트 문화와 룰을 이해하는 것도 필수다.
슈테피 킴 대표님, 만나서 반갑습니다. 먼저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독일에서 태어난 2세입니다. 독일의 다양한 음악 레이블에서 일하다 2010년 킴콤을 설립했습니다. 주로 음악 아티스트, 패션 브랜드, 국내외 레이블의 독일 내 PR과 홍보를 담당합니다. 폴 매카트니, 아틱 몽키스, 크리스틴 앤 더 퀸즈, 스티브 아오키 등 글로벌 아티스트와 협업했고, 유튜브와 구글 등 글로벌 기업과도 협업하고 있습니다. 독일 아티스트인 루카스 리거(Lukas Rieger)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고 있고 2021년부터 올해 초까지 워너뮤직 유럽에서 다양성 부문을 총괄하는 기업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를 맡아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그동안 해왔던 주요 프로젝트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먼저 아티스트 파울 칼크브레너의 글로벌 PR 에이전시로 지금까지 가장 성공적인 앨범인 <7>의 홍보를 담당했습니다. 이 앨범은 독일과 스위스, 오스트리아에서 1위를 차지하고 유럽 전역에서 톱 10에 올랐습니다. 현재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루카스 리거와는 연방대통령실과 협업했습니다. 현대자동차와 BTS의 아이오닉 음원 프로젝트의 독일 PR을 맡았던 것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독일 미디어에서도 활발히 활동하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활동을 하시나요?
독일 대표적인 음악 잡지 《Musikwoche》에서 D.E.I를 테마로 한 첫 번째 칼럼니스트로 칼럼을 썼습니다. 현지 아티스트와 팟캐스트를 진행하고 독일 음악씬의 다양성에 관한 인터뷰와 강연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독일 음악계도 여전히 다양성이 부족합니다. 유색 인종(BiPoC) 여성 플레이어를 보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미디어에 더욱 적극적으로 출연해 소통하고자 합니다.
케이팝 이야기를 해볼까요? 독일에서 케이팝 씬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현지 음악계가 보는 케이팝의 위치는 어떤가요?
케이팝은 케이팝 팬들의 버블에 있습니다. 케이팝 팬들 간의 소통이 강하고 그 사이에서 관련 정보가 활발하게 공유되고 있어요. 그런데 독일 현지 사회에 스며드는 상호작용은 적은 편인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한다면요?
예를 들어 독일 베를린에서 케이팝 콘서트가 열립니다. 케이팝 팬들은 해당 가수가 언제 도착해서 어디서 머무는지 등의 정보를 모두 알고 있습니다. 반면 현지 대중들은 관련 정보를 거의 접하지 못합니다. 독일 길거리에는 글로벌 아티스트의 콘서트 포스터가 많이 붙여져 있습니다. 여전히 주요한 홍보 수단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죠. 그러나 케이팝은 이와 같은 종류의 홍보를 하지 않습니다. 케이팝 팬덤 내에서 충분히 정보 교류가 가능하고 소비가 되기 때문이죠. 즉 케이팝은 ‘케이팝 버블’ 안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케이팝 버블’만으로도 충분한 시장이 되겠지만 현지와 상호작용한다면 영향력이 더욱 폭발적일 것 같습니다. 현지와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현지 미디어를 통한 노출이 좀 더 필요합니다. 미디어 쇼케이스, 라디오나 팟캐스트 출연, 현지 아티스트와의 만남 등을 통해 독일 주류 미디어와 음악계와 더욱 적극적으로 소통한다면 확장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BTS의 경우 글로벌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해 좀 더 긴밀하게 현지 및 주류 음악계와 접촉하고 있습니다.
현지 문화와 엔터테인먼트씬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겠네요.
맞습니다. 예를 들어 패션쇼 등에 케이팝 아티스트가 참여하는 것을 많이 봤는데요. 다른 국적의 아티스트와의 교류나 대화 등이 많이 없는 것 같아서 아쉬웠습니다. 행사 시간에 딱 맞춰 참석하는 것도 아시아 지역에서는 예의를 의미하지만 이곳 유럽의 엔터테인먼트 문화에서는 지양해야 하는 부분이죠. 가능한 늦게 나타나야 주목을 받습니다.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이벤트에서 이런 문화적 소통 방식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독일의 케이팝 관련 보도를 보면 인종주의적 시선이 여전히 담겨 있는데요.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맞습니다. 독일 음악계는 여전히 보수적입니다. 인종주의적 시선은 무지에서 오는 결과라고 생각하는데요. 독일 주류 미디어는 여전히 케이팝씬을 직접적으로 접할 기회가 많이 없습니다. 장기적으로 서로가 만나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케이팝 또한 케이팝 버블을 넘어 더 적극적으로 저변을 넓히려는 시도가 이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아시아 여성으로서 보수적 음악계에서 살아남고 성공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비결이 무엇인가요?
한국식으로 열심히, 제대로 일했습니다. 처음 제 사업을 하려고 할 때 주위에서 다들 말렸습니다. “지금도 에이전시가 충분하다. 왜 하려고 하냐,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다들 “너의 선택이 맞았다”고 말합니다. 제 회사를 운영하면 누구와 어떻게 일할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돈을 따라 일하지 않고 가치와 확신으로 일합니다. 잘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죠. 이제는 “킴콤과 함께 일하면 믿을 수 있다”라는 신뢰가 쌓였습니다.
슈테피 킴은 독일 음악씬에서 몇 안 되는 여성 리더 중 하나이다. 이주민 배경을 가진 여성으로서는 여전히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 그는 한국과 독일, 양국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독일의 주류 음악계와 케이팝의 접점을 만들고자 한다. 그가 연결하는 독일의 케이팝 무대는 어떤 방식으로 펼쳐질까.
‘케이팝 버블’을 터뜨리고 독일 아티스트와 케이팝 아티스트가 함께 하는 무대를 보는 날이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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