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진엔터테인먼트 이상훈ㅣ독일의 K-Pop 기획사

독일에 있다면 한 번쯤 ‘코리안나잇(Korean Night)’ 행사를 들어봤을 것이다. 뮌헨에 기반을 둔 진엔터테인먼트가 기획하고 운영하는 케이팝 파티다. 2018년에 시작, 코로나 팬데믹을 넘어서 본격적인 스케일업(Scale-Up) 단계를 지났다. 현재 유럽 5개국, 18개 도시에서 케이팝 파티를 기획하고 있다.

한식당이나 식품과 달리 한국 콘텐츠를 다루는 현지 기업을 찾기는 쉽지 않다. 케이팝이나 영화, 웹툰, 게임 등은 대부분 한국 대기업을 중심으로 생산 및 유통된다. 그간 독일에서 진행되었던 케이팝 파티는 기존 파티씬에 케이팝을 짜깁기한(?) 트렌드성이 강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진정한 케이팝 파티를 보여주겠다’는 진엔터의 등장은 꽤 반가운 일이다. 진엔터의 코리안나잇은 한국인보다 독일 현지인들에게 더 유명하다. 진엔터의 강점은 가장 한국적인 모습으로 현지에서 가장 잘 소통하고 있다는 점이다. 즐거움으로 시작한 행사가 본격 사업이 되기까지, 진엔터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Interviewee Profile]

이상훈

뮌헨대학 경영학
2016.02-2017.06 PSCONNECT 공동 창업
2018.10 진엔터테인먼트 UG 공동 창업
2022.01 진엔터테인먼트 GmbH 전환

WEB www.jin-ent.com


케이팝 행사는 한국인이 해야지?

-처음에 어떻게 케이팝 행사를 기획하게 되었나?

뮌헨 대학을 다니면서 학생회를 만들고, 다양한 행사를 기획했다. 우연히 친구들과 케이팝 파티를 갔는데 ‘우리가 더 잘 하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 신분이었지만 사업 허가를 받았고, 바로 케이팝 파티를 기획했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하다 보니 재미도 있고 성과도 있었다. 좀 더 책임감을 가지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UG 라는 비교적 단순한 사업자 형태였는데 지난 1월 GmbH 유한회사로 전환했다.

기존 케이팝 파티에서 아쉬웠던 점은?

케이팝 파티에 한국인이 갔는데 한국인으로서 좀 민망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국인 보다는 다른 아시아계 기획자가 주도해서 운영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우리는 진짜로 하자. 한국적이라는 게 뭔지 독일인들에게 제대로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진엔터테인먼트의 이름도 ‘참 진(眞)’자를 썼다.

진엔터 케이팝 파티만의 특징은 무엇인가?

입구에서부터 한국어로 인사하고, 모든 스텝과 DJ도 한국인. 하이트진로와 파트너십을 맺어 한국 술도 제공한다. 선곡도 진엔터 팀원들이 함께 한다. 그간 쌓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케이팝을 선별한다. 케이팝을 다루는 데는 한국인이 강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 디제이가 아무리 잘해도 한국 가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으면 어색한 비트가 나온다. 진엔터 파티에 가면 잠깐이지만 한국에 온 느낌도 나고, 음악적으로도 퀄리티가 보장된다.

현재 케이팝 파티의 참가자 규모는?

‘코리안 나잇’은 현재 유럽 5개국 18개 도시에서 정기적으로 개최한다. 그간 개최 횟수는 100회가 넘는다. 참석 인원은 작은 곳은 300명부터 암스테르담, 뒤셀로르프 등 규모가 큰 곳은 1000명이 넘는다. 그 다음이 베를린, 프랑크푸르트가 큰 편이다.  참가자는 대부분 독일인과 현지 유럽인이 90%다.

4월 1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코리안나잇. 뒤셀도르프 파티는 독일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진엔터테인먼트/JinEntertainment

학생 창업으로 시작해 GmbH까지

학생비자로 사업자를 어떻게 냈는가?

경영학과에서는 학생들이 창업을 많이 한다. 그런데 학생 비자로는 창업을 못하는 거다. 외국인청에 가서 따졌다. 경영학도들 모두 학생 때 창업하면서 배우는데 왜는 나는 할 수 없냐고. 외국인청에는 항상 싸우는 자세로 간다 (웃음). 그렇게 학생이면서 창업이 가능한 특별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사업자 내는 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

진엔터를 하기 전에 창업을 한 적이 있어서 등록 과정은 어렵지 않았다. 뭐가 필요한지 아니까 필요한 서류를 빠르게 준비해서 일주일 만에 받은 것 같다.

처음 설립한 회사는 어떤 회사였나?

마찬가지로 학생 때 창업한 것이었고, 마케팅 컨설팅 회사였다. 그때는 사업이라는 게 말 잘하고 협상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박람회를 다니면서 정말 많은 회사를 만나고 경영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가 경영에 대해서 잘 모르는구나 깨닫게 됐다. 이후에 다시 학교로 가서 정말 공부를 많이 했다. 이전에는 대충 다녔는데(웃음) 마케팅 관련 논문도 많이 읽고 이론부터 익혔다. 지금 진엔터에서는 그 이론을 많이 적용해서 운영하고 있다.

진엔터는 UG로 창업했는데 지난 1월에 GmbH로 전환했다.

좀 더 일찍 전환할 수도 있었는데, 창업자들이 이 일을 본업으로 하는 게 맞는가라는 고민이 계속 있었다. 창업자들 모두 본업을 따로 가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다 지난해 여름에 결정했다. 제대로 하자. 이후 풀타임으로 근무하면서 스케일업이 많이 되었다. 현재 사무실에 출근하는 직원은 9명이다.

진엔터테인먼트 이상훈 대표 ⓒYujinLee

코로나 넘어서 스케일업

코로나 당시 클럽 오픈이 불가능했다.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다.

행사 운영을 하지는 못했는데 코로나 지원금 덕분에 회사를 유지할 수 있었다. 코로나 지원금도 도시마다 기준이 다른데 뮌헨이 있는 바이에른주의 경우 코로나 이전 대비 매출액이 70% 이상 떨어진 경우 고정비는 100% 지원을 했다. 사무실 비용이나 인건비 지원 등 코로나 지원이 탄탄하게 이뤄졌다. 코로나 이후에 보니 회사 자금이 더 많아진 상황이었다.  

코로나 이후 파티가 더 성황이었다고 들었다.

코로나 전과 후 파티 참석자가 두 배로 증가했다. 그간 오프라인 행사를 기다렸던 것도 있었고, 무엇보다 코로나 기간 동안 케이팝 팬들이 더 늘어난 것 같다. 한국에서도 온라인으로 케이팝 콘서트를 많이 하지 않았나. 집에서 온라인 활동이 늘어나면서 유튜브도 많이 보고, 케이팝을 더 많이 접하지 않았을까 추측한다.

하이트진로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협업을 요청하는 연락도 많이 오는가?

지금 하이트진로와 함께 하고 있고, 삼성전자, 비비고에서도 연락이 와서 협업을 하고 있다. 파티에 모이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오프라인 홍보가 중요하다. 주류나 식품은 실제 현장에서 제공하고 체험할 수 있다. 그 외에도 현지 한식당이나 한국 관련 업체에서도 연락이 많이 오고 있다.

4월 1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코리안나잇. 뒤셀도르프 파티는 독일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진엔터테인먼트/JinEntertainment

뮌헨에서 한국 콘텐츠로 사업하기

뮌헨이 사업하기에 좋은 도시인가?

지역 정부의 보호, 케어를 받는 느낌이 든다. 바이에른주는 코로나 지원금도 다른 도시보다 훨씬 더 탄탄하게 지원했다. 사업하면 다른 회사와 분쟁이 생기기도 하는데 뮌헨에서는 가급적 뮌헨 소재 회사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 창업할 때 뮌헨 운터네머툼(UnternehmerTUM)이라는 창업 센터의 프로젝트에 채택됐다.  당시 느낀 게 창업을 위한 인프라가 탄탄하다는 점이다. 뮌헨 공대를 중심으로 인력부터 연구소의 첨단 기술까지 세계적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었다. 일반 회사는 자금이 없어서 사용할 수 없는 기계나 기술 등을 학생 스타트업이 이용할 수 있다. 

현재 독일 중심으로 5개국에서 행사를 기획한다. 지사를 내거나 확장할 계획은 없는지?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 전 유럽으로 확장하고 싶은데 인력이 부족하다. 지금도 채용을 계속 하고 있는데 사람 구하는 게 어렵다. 뮌헨에서 살 수 있는 조건에 비자 지원도 제공하려고 한다. 아직은 진엔터가 한국보다 독일인들에게 더 많이 알려져 있어서 그런 것 같다. 파티 규모가 큰 도시로 이전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했지만 뮌헨에 계속 기반을 두기로 했다.

최근 독일 소재 한국 스타트업과 모임을 가졌다고?

유럽 내 한국 스타트업 지원 센터인 KIC 유럽이 만든 ‘케이 이노베이션 클럽’에 다녀왔다. 독일에 있는 다양한 한국 스타트업 12곳이 모였다. 함께 윈윈할 수 있는 게 많아 보였다. 센터장님이 ‘유럽연합이 처음 시작할 때 12개 국가로 시작했다’면서 한국 스타트업도 이렇게 시작해 함께 성장하자고 말씀해주신 게 기억에 남는다. 앞으로 협업이나 소통도 기대된다.

진엔터를 보면서 한국 콘텐츠 사업을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것 같다. 유의할 점이 있다면?

우리는 아우텐티쉬(authentisch), 고유성을 중요시한다. 진짜 한국을 보여주려는 노력을 많이 한다. 중요한 건 어떻게 보여주냐, 어떻게 전달하느냐다. 진엔터의 경우 1.5세와 2세가 많아 한국도 알고, 독일과의 소통 방법도 안다. 한국적인 것을 어느 선까지 보여줄 건가, 어디까지 해야 현지에 거부 반응이 나진 않는가, 그 균형을 찾는 게 중요한 것 같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