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을 넘나드는 베를린 쭘프레시 김치

최근 독일의 온라인 식품 배달 플랫폼에 새로운 김치가 입점했다. 바로 베를린을 기반으로 줌프레시(Zoom Fresh)가 생산하는 ‘김치 by 줌프레시’이다. 대기업의 익숙한 김치 제품 사이에서 줌프레시 김치는 단연 눈에 띄었다. 줌프레시 김치는 베를린 곳곳에서 정기적으로 열리는 야외 마트에서도 만날 수 있다. 

최근 독일의 온라인 식품 배달 플랫폼에 새로운 김치가 입점했다. 바로 베를린을 기반으로 줌프레시(Zoom Fresh)가 생산하는 ‘김치 by 줌프레시’이다. 대기업의 익숙한 김치 제품 사이에서 줌프레시 김치는 단연 눈에 띄었다. 줌프레시 김치는 베를린 곳곳에서 정기적으로 열리는 야외 마트에서도 만날 수 있다. 

베를린 줌프레시팀. 서희주(좌측에서 두 번째), 배정근(우측에서 첫번째) 부부가 운영한다 ⓒYujin Lee

줌프레시는 서희주, 배정근 부부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 자동차 디자인을 공부한 배대표는 기획과 브랜딩, 마케팅을 담당하고 서희주 셰프는 제품 개발과 제조를 담당한다. 

줌프레시는 한국 요리의 역사와 맞닿아 있다. 서셰프는 숙명여대 가정대학을 창설한 남옥 표경조 학장의 손자며느리이다. 줌프레시의 김치 레시피가 나온 곳이다. 1990년대 초에는 한국 최초 요리 연구가인 故하선정(현재 CJ식품의 하선정 김치) 선생님께 전통 한국 요리를 교육받았고 1995년부터 2년간 미국 헨리 리(Henry Lee) 셰프에게 양식을 폭넓게 전수받았다. 2000년대 이후에는 독일의 스시 브랜드와 일하며 다양한 케이터링 경력을 쌓았다.


안녕하세요줌프레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줌프레시는 2017년 베를린에서 처음 문을 열었습니다. 초기에는 바로 요리해서 먹을 수 있는 밀키트를 온·오프라인으로 판매하고 아시아 요리 쿠킹클래스를 함께 운영했는데요. 지금은 저희 제품 중 하나였던 김치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김치에 집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신선한 재료를 모두 손질하고 포장해 다양한 밀키트를 만드는 데 품이 상당히 많이 들었습니다. 주문이 많아질수록 더욱 그랬죠. 작은 규모의 업체가 지속하기가 쉽지 않아서 고민이 있었는데요. 그 사이 김치에 대한 반응과 피드백이 계속 늘어났습니다. 베를린 야외 장터에서 김치를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수요가 상당히 높았습니다. 일단 김치로 집중하기로 결정하고 지금까지 오게 됐습니다.

베를린 빈터펠트 광장에서 열리는 주말 마켓에서 판매 중인 줌프레시 김치ⓒYujin Lee
베를린 빈터펠트 광장에서 열리는 주말 마켓에서 판매 중인 줌프레시 김치ⓒYujin Lee

줌프레시 김치는 어떤 김치인가요?

줌프레시 김치는 경남 밀양 김치로 3대째 이어지고 있는 김치입니다. 처음에 배추김치로 시작해 현재 비건김치, 백김치, 무김치 총 4개 종류를 제조 및 판매하고 있습니다. 기본 배추김치는 현지 입맛에 맞추지 않고 매운맛을 그대로 살려 만들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소비자들에게 김치의 다양성과 맛을 알리기 위해 김치 종류를 확대했습니다.

주말 마켓에서 반응이 좋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가요?

베를린에서는 주 1~2회 야외 광장이나 강변 등 지역 곳곳에서 정기 마켓이 열립니다. 지역의 다양한 생산자, 판매자들이 매주 참여하다 보니 동네 단골 손님이 많이 생겼습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이 분기점이 됐습니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실내에서 장을 보지 않고 야외 마켓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게 된 것이죠. 더 많은 현지 소비자들이 김치를 맛보고 구입하게 됐습니다.

김치를 유리병에 담고 보증금 제도를 도입해 판매하는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처음부터 그런 결정을 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친환경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초반에 밀키트를 판매할 때부터 제조 과정이 힘들고 소비자 입장에서 다소 불편함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플라스틱 제품을 최소화하고 유리병과 종이를 직접 제조해 사용했습니다. 편리한 제품만이 상품성이 있다고 판단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마켓에서 다시 수거된 줌프레시 김치병들, 병을 반납하고 보증금 1유로를 다시 받아간다ⓒYujin Lee

최근 플링크(Flink)나 고타이거(GoTiger)와 같은 온라인 식품 배송 플랫폼에 입점하셨는데요. 입점 과정이 어렵진 않으셨나요?

두 애플리케이션 모두 베를린에서 시작된 스타트업인데 경험이 많아 소통이 잘 됐습니다. 특히 베를린은 로컬 제품에 대한 가치를 높이 평가하기 때문에 입점 과정에 큰 어려움은 없었던 것 같아요.

온라인 플랫폼 반응은 좀 어떤가요?

이제 입점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저희도 지켜보고 있습니다. 온라인 플랫폼이다 보니 20~30대 소비자가 많은 편입니다.

독일에는 종갓집이나 비비고 등 한국 대기업의 김치도 많은데요. 김치 by 줌프레시를 어떻게 포지셔닝하고 계시나요?

대기업의 상품을 선호하는 사람도 많고 사실 해당 상품의 김치도 정말 맛있어요. 그런데 독일, 특히 베를린은 로컬 상품, 즉 지역에서 생산하는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많습니다. ‘Made in Berlin’의 가치를 평가해 주는 것이죠. 저희는 모든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는 없다는 것을 알기에 지역 상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를 타깃으로 하고 있습니다.

국제그린위크 박람회에 참여하셨는데요, 다른 지역 방문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박람회는 베를린 이외 지역에서 오는 관람객들이 많은데 절반 이상은 김치를 처음 들어본 사람이었습니다. 박람회에 농축산업 부문이 있어 농촌이나 외곽 지역에서 단체로 오시는 분들도 많은데요. 대부분 아직 김치를 모르시더라고요. 혹은 드라마 등의 한국 콘텐츠를 통해 김치를 보거나 들어는 봤지만 한 번도 먹어보지는 않은 분들도 꽤 있었던 것 같아요. 베를린과는 확실히 분위기가 다르다는 걸 느꼈습니다.

베를린은 다양한 식품과 제품에 대한 접근성이 좋은 편인데 그렇지 않은 곳도 많은 것 같네요. 줌프레시의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요?

좀 더 다양한 지역에서 김치를 구매할 수 있도록 슈퍼 등으로 판매 플랫폼을 확장하고 싶습니다. 시스템이 좀 더 갖춰진 이후에는 밀키트 사업도 다시 이어가고자 합니다.

베를린 그린위크에 참가한 줌프레시 김치 ⓒYujin Lee

줌프레시 김치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넘나든다. 한국 음식의 전통과 역사가 베를린의 현재와 맞닿아 있다. 베를린의 다양성과 창조성, 지역성, 친환경 키워드에 걸맞는 줌프레시 김치는 이제 베를린 너머를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