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K-Pop 사업, 할 수 있을까?

독일에서 보는 한국 문화 콘텐츠 사업의 가능성

한 때 유별난 10대들의 하위문화로 취급받았던 케이팝. 독일에서는 말해 무엇하랴. 그런 독일에서 케이팝을 필두로 한국 문화 콘텐츠를 활용하는 사업 저변이 계속 확장되고 있다.

코로나19로 대부분 중단되었지만 케이팝 콘서트 일정은 다 따라가기도 힘들만큼 많아졌다. 일본 문화 상품을 팔던 매장은 매장 절반을 떼어 케이팝 앨범과 굿즈를 가져다 놨다. 가게 이름은 ‘도쿄xx’인데도 불구하고.

한국 화장품을 키워드로 하는 전문 매장이 생겨났고, 가장 대중적인 드로거리 매장 DM에서도 한국 화장품을 가져다놨다. 물론 구글 번역기로 돌리고 감수를 받지 않은 것이 분명한 정체불명의 한국어와 함께. 이를 보면 한국 문화 콘텐츠를 활용하는 사업과 상품이 현지에서도 활발하지만, 아쉽게도 한국인이 직접 하는 곳은 그렇게 많지 않아 보인다.

베를린 자툰 알렉산더플라츠 지점의 케이팝 매대ⓒ독밥

다양한 사이즈에 맞게 케이팝 매대 확장

독일에서 케이팝과 한국 문화 사업의 가능성을 가장 잘 엿볼 수 있는 곳은 베를린 알렉산더 매장 자툰이다. 자툰은 이제 케이팝의 속성을 잘 이해하고 있다.

자툰의 케이팝 코너가 2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커졌다. 앨범의 종류와 양도 많아졌지만, 무엇보다 넓게 나눠진 매대가 눈에 띈다. 그동안 독일에서 나오던 앨범은 CD사이즈에 딱 맞는 정사각형 사이즈였다. CD보다는 포토북 위주로, 다양한 에디션과 사이즈로 나오는 케이팝 앨범을 진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이유다. 

지금은 케이팝 매대를 아예 재조립했다. 큰 사이즈 앨범도 반듯하게 놓을 수 있게 됐다. 또한 케이팝 그룹명으로 구분해서 진열해, 이전보다 좀 더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케이팝 매대 규모가 커지면서 소위 ‘떨이’ 혹은 ‘이벤트’ 매대도 생겨났다. 좀 더 다양한 형태의 전시와 판매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앨범 코너에서 가장 북적이는 곳이 이곳이니 그만큼 더 신경쓸 수 밖에 없다.

매대 공간을 넓게 재조립해 큰 앨범도 잘 진열해 놓았다 ⓒ독밥
케이팝 잡지와 이벤트 매대도 새로 생겼다 ⓒ독밥

케이팝 잡지와 스페셜 에디션 구비

독일 최초의 케이팝 잡지인 ‘케이방(K-Bang)’만 구비된 잡지 매대도 따로 마련됐다. 케이방은 심지어 작은 사이즈, 특정 스타만 따로 모은 스페셜 에디션도 따로 내서 판매하고 있으며, 굿즈와 함께 세트 상품으로 판매하기도 한다. 이 잡지는 원래 온라인으로만 구매가 가능했다. 하지만 이제는 베를린 한 중간 가장 큰 미디어 매장에 당당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K-Pop, 3층짜리 대형 전자 미디어 매장에서 가장 북적이는 코너다 ⓒ독밥

독일 케이팝 팬들은 온라인 구매도 많이 하고, 한국에서 직접 앨범을 주문하는 경우도 있지만 해외 배송료에 대한 부담이 만만치 않다. 기나긴 배송 과정의 불안함도 마찬가지. 이 때문에 직접 매장을 방문해 손으로 만져보고 구매하기를 원하는 팬들이 많다. 또한 온라인으로 주문을 해도 독일 내 배송을 좀 더 안정적으로 생각한다. 코로나19로 해외배송 기간이 오래걸리면서 이런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2년 전만 해도 ‘우리 동네 매장에 케이팝 코너가 생겼다’며 기뻐하는 팬들의 포스팅이 올라왔었다. 지금은 웬만한 대형 미디어 매장에는 대부분 케이팝 코너가 마련되어 있다. 이제는 얼마나 많고 다양한 앨범이 있는지가 관심사다.

이처럼 케이팝을 중심으로 요식, 식품, 뷰티, 굿즈 등 한국 문화 콘텐츠에 대한 수요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거기에 맞춰 이 트렌드를 겨냥한 사업도 활발히 이뤄진다. ‘아, 이런 덕후들! (절레절레)’ 이라는 시선을 조금만 걷어내면, 독일에서도 한국 문화 산업 콘텐츠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