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ESG] “오늘은 비건 고기 먹을까” 성장하는 독일 비건 시장
요즘 독일 슈퍼마켓에서 소시지나 햄을 살 때 주의를 꽤 기울여야 한다. 좋은 길목에 바로 보이는 제품 아무거나 집어 들었다간 ‘비건‘ 고기를 구입하기 십상이다.
독일에서 식물 기반 제품, 대체육의 위상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한 때 슈퍼마켓의 가공육 코너 한 켠에 조용히 자리잡고 있던 대체육은 이제 식품류 독립 코너로 전면을 채운다. 제품의 유형과 브랜드도 확장되고 있다. 친환경 및 지속가능성 인식이 보편화되면서 독일의 대체육 시장은 혁신적인 식품 산업 분야, ESG를 위한 정책적 전략으로 각광받고 있다.
독일인 55%, “육식과 채식 병행”
독일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독일 기업의 대체육 생산량은 9만 7900톤. 전년도에 비해 17% 증가했으며 2년 전과 비교하면 62.2% 증가했다. 2021년 기준 제품의 공장도 기준 가치는 4억 5820만 유로로 전년 대비 22.2% 증가했다.
독일의 육류 소비량은 2021년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독일연방농업식품청(BLE)에 따르면 2021년 1인당 육류 소비량은 55kg. 2011년에 비해 12% 감소한 수치로 처음 통계가 시작된 1989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로 나타났다.
독일 농식품청은 육류 소비 감소의 원인으로 ‘식물성 식단을 선호하는 트렌드’를 꼽았다. 또한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외식 및 구내식당, 행사장에서의 육류 소비가 감소한 점도 지적되었다.
대체육 소비 증가는 실제 독일 소비자들의 인식과도 일치한다. 2020년 독일연방식품부 조사에 따르면 독일인의 55%가 스스로를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 즉 채식과 육식을 병행한다고 답했다.
조사 대상자의 49%가 대체육을 1회 이상 구입했다고 답했다. 대체육 구입 이유로는 호기심(75%), 동물복지(48%), 좋아서(43%), 기후이슈(41%) 등 다양했다. 응답자의 5%는 스스로를 채식주의자라 답했고, 비건 비율은 1%였다. 독일 소비자들의 식습관은 점점 확장되고 있다.
독일 육가공기업
대체육 확대에 진력
독일 대체육 시장의 1위 기업은 뤼겐발더 뮐레(Rügenwalder Mühle)다. 육가공기업인 뤼겐발더 뮐레는 2014년부터 대체육 생산을 시작했다. 당시 회장이던 크리스티안 라우푸스(Christian Rauffus)는 2016년 <FAZ>와의 인터뷰에서 “20년 내에 육류 없이 일할 것이라 생각한다“며 대체육 시장의 확장을 자신했다. 이후 4년 뒤, 뤼겐발더 대체육 제품 매출이 기존 육가공품 매출을 넘어섰다.
뤼겐발더 뮐레는 독일 대체육 시장 점유율 40% 이상을 차지한다. 이 기업은 마치 처음부터 대체육 제조 기업이었던 것처럼 브랜드 이미지를 완전히 바꾸었다. 현재는 대체육의 높은 수요를 모두 감당할 수 없어 공장 확장에 투자하고 있다. 대체육 원재료인 콩도 직접 재배하고, 감자, 누에콩과 같은 현지에서 수급할 수 있는 단백질 공급원에 대한 연구도 이어가고 있다. 원재료 공급난 속에서 현지 수급의 중요성이 계속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글로벌 기업, 독일 육가공 기업, 스타트업 등이 대체육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퇴니스의 뒤늦은 전환
한편 독일 최대 규모의 육가공 기업 퇴니스는 트렌드를 놓치고 뒤늦게 분주해졌다. 클레멘스 퇴니스(Clemens Tönnies) 회장은 2018년 비건 트렌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고기 없는 소시지는 저에게 아무 것도 아닙니다. 저는 이 시장을 믿지 않습니다. 과장광고는 이제 끝났습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반감은 항상 따라오기 마련이다. 특히 초창기 비건 식품류의 높은 가격, 어색한 맛과 질감에 대한 비판이 컸다. 비건 트렌드는 여전히 ‘일부 유난스러운 소비자의 영역‘이라는 인식이 존재했다. 퇴니스는 결국 이 말을 남기고 생산 종료를 발표했다. 하지만 퇴니스 회장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시장은 급속도로 변했다.
퇴니스는 2020년 대체육 생산 공장을 새롭게 설립했다. 베비아(Vevia), 굿프리드(Gutfried)등 브랜드 종류와 제품군도 계속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는 퇴니스 2세인 막시밀리안 퇴니스(Maximilian Tönnis)가 변화를 주도한다.
막시밀리안 퇴니스는 “우리는 채식 및 비건 식품 생산을 육류 제품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독립적인 시장 부문이자 이미 광범위한 제품 포트폴리오에 추가할 수 있는 훌륭한 제품이라고 생각한다”며 “이제 가장 엄격한 위생 요건 하에 독립적인 별도 생산이라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했다. 이는 그룹 전체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지속 가능성 아젠다의 일부”라고 밝혔다.
지속가능지표의 상징
대체육 제품은 트렌드를 넘어 기업의 이미지 전환, 매출 확대, 지속가능 지표에 있어서도 필수 요소가 되고 있다. 대체육 개발 연구 측면에서도 혁신적 분야로 평가받는다. 네슬레와 유니레버 등 글로벌 식품 기업 대부분이 대체육 포트폴리오를 확장중이다. 맥도날드, 버거킹 등 패스트푸드 체인도 비건 제품을 잇따라 내 놓으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인다. 이들의 ESG 보고서에는 대체육 관련 정보가 빠지지 않는다.
이처럼 대체육 제품은 팬데믹 이후 독일에서 보편화된 지속가능성 키워드에 걸맞는 아이콘이 됐다. 식품 기업 입장에서는 트렌드를 넘어 기후 위기에 대처하는 ‘필수 요소‘다.
주목받는 비건 대체육 스타트업
대체육 스타트업도 분주하다. 일례로 2018년 시작된 베를린 스타트업 베타피시(BettaF!sh)는 독일 최초로 해초와 누에콩을 이용해 대체 참치를 개발했다. 2년 만에 대체 참치 샌드위치로 전국구 슈퍼마켓 체인인 알디(ALDI)에 입점하는 성과를 올렸다. 현재 냉동 피자로 슈퍼마켓 제품군을 확대하고, 식당에도 도매 납품을 시작했다. 베타피시에 따르면 자사 제품으로 지난해 참치 24톤을 대체했다. 베타피시는 그간 버려져 있던 해조류를 활용한다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독일은 한국과 달리 식품으로서 해조류에 대한 인식이 낮은 편이었기 때문이다. 바다의 소재로 만드는 대체 생선이 이제 대체육의 다음 단계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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