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에서 한국으로: 독일에서 선보이는 K 관광
베를린 국제관광박람회 ITB 속 한국
지난 3월 7일부터 9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의 국제관광박람회 ITB 한국관. 다양한 체험을 위해 사람들이 길게 늘어섰다. 한국 방문을 기다리는 미래의 관광객들이다. 코로나19 이후 4년 만에 개최된 ITB 한국관에서 그간 몰라보게 달라진 한국의 이미지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한국관은 아시아관 입구에 바로 자리했다. 한옥과 전통창호, 색동한복을 모티브로 디자인한 한국관은 다채로운 체험 공간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전면 스크린에서 지난해 독일을 포함한 전 세계를 휩쓴 <오징어 게임>의 음악이 흘러나온다. 참가자들은 발판을 누르는 방식으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에 참가해 작은 기념품을 받아 갔다.
서예로 한글 이름을 써 주는 코너에서는 스무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복을 직접 입어보는 한국관 안쪽에도 삼삼오오 사람들이 몰려 있다. 이런 프로그램은 현지 대중을 상대로 한 한국문화 행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프로그램이지만 ITB에서는 더욱 특별하다. 참가자들 모두 관광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ITB는 원래 일반 대중에게도 공개된 박람회였지만 올해부터는 관광산업 관계자들만 참가 가능한 전문 박람회로 바뀌었다.
한국관 주변에 한참 머물던 에밀리(Emilly)와 사라(Sarah), 넬리(Nelly)도 마찬가지이다. 이들은 오스트리아 빈의 관광전문학교 모듈(Tourismusschulen MODUL)에 다니는 학생들이다. 박람회 참가를 위해 2박 3일로 베를린을 찾았다. 이들은 한국관을 한 바퀴 돌며 모든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에밀리는 “브로슈어 등 책자만 제공하는 부스보다 한국관에서는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문화를 직접 경험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이들은 “아직 한국에는 한 번도 가보지 못했지만 꼭 방문할 것”이라며 “‘케이팝이 한국 관광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논문을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자체와 여행사들 부스에도 사람 북적
한국의 지자체와 여행사들도 부스를 차려 현지 업체와의 미팅을 이어갔다. 엑스포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부산시는 물론 경북, 광주, 전주 등 지자체와 여행사, 항공사 등 24개 기관이 자리를 잡았다. 지자체는 특히 최근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K-드라마의 촬영장 등 한국문화와의 연계성을 강조하며 홍보를 이어갔다.
한국관에 자리 잡은 국내 현지 협력사(DMC, Destination Management Company)의 한 관계자는 “업무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며 한국 여행의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20년 이상 관광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그는 “초기에는 세계를 여행하며 가볼 곳을 다 가보고 난 후 한국을 방문하는 나이대가 있는 관광객이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한국문화가 많이 알려져서인지 젊은 세대가 많고 방문하는 계절도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아시아나 항공의 기내식 컨셉 홍보
아시아나 항공은 VIP 고객들을 상대로 한식을 대접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항공사의 특성에 맞게 기내식에서 모티브를 얻어 고급 한식 도시락을 기획했다. 엄선된 메뉴와 정갈한 차림, 그리고 일반식과 채식이 거의 구분이 가지 않는 형태의 도시락으로 큰 호응을 받았다. 미리 초대된 VIP 손님들은 취향에 따라 채식 도시락을 선택할 수 있었고 한식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들으며 도시락을 말끔히 비웠다.
올해 베를린 국제관광박람회 ITB에는 총 161개국에서 5,500개의 업체가 참가했다. 3일간 180개국에서 9만 명 이상이 방문했다. 올해부터 B2B 박람회로 바뀐 만큼 대부분 관광 업계 종사자다. 이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언론 미디어 관계자 3,000명과 여행 블로거 300명 이상이 찾았다.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글로벌 인프라 구축
이제 중요한 것은 박람회로 한국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와 여행의 욕구를 가진 세계인들을 실제로 한국에 오게 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정보와 언어의 장벽을 낮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부킹닷컴과 같은 글로벌 여행 플랫폼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한국어를 모르거나, 한국 휴대전화 번호 없이 온라인 시스템 회원가입이나 결제, 정보를 얻는 일이 상당히 어렵다. 실생활 예약에 필수인 네이버의 경우 영어 페이지도 있고, 외국인 회원가입이 가능하지만 완벽하지 않다. 무엇보다 메인페이지에 언어 전환 버튼이 없고 ‘회원가입’을 클릭해 들어가야만 언어전환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여행사를 통한 단체 관광객 보다는 한류의 흐름을 타고 젊은 층의 개별 여행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온라인과 사회 전반의 글로벌 인프라가 좀 더 개선된다면, 기꺼이 한국을 찾을 관광객들은 이미 줄을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