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창업] 한국과 독일을 잇는 것, 그것이 곧 비즈니스

[인터뷰|창업] Coeuro GmbH 장국현: 한국과 독일을 잇는 것, 그것이 곧 비즈니스

장국현 대표 (c)dokbab/dahee seo

“역시 사람은 기술을 배워야해.”

이 절대 진리는 독일에서 더욱 명확해진다. 언어적, 문화적 차이가 큰 독일에서 일자리를 구하고, 밥벌이를 하며 살아남을 길은 하나. 기술을 익히는 것이다. 독일에서 이런 이야기만 들릴 즈음 여기, 또 다른 길을 개척한 사람이 있다.

기술을 배우지 않았지만 새로운 기술과 트렌드를 정확하게 파악한다. 그리고 한국과 독일 사이에 다리를 놓는다. 그 일을 시작한 게 벌써 30년 전, 1990년 대 민간으로는 거의 최초로 한독 컨설팅 회사를 설립했다. 그 당시 시대를 꿰뚫어 보던 눈은 오늘날까지 유효하다. 지금 이순간, 독일의 최신 트렌드 한 중간을 오가고 있는 코유로(Coeuro GmbH) 장국현 회장의 이야기다.

기술은 변하고, 트렌드는 바뀌지만 그의 역할은 바뀌지 않는다. 한국과 독일 사이를 잇는 것. 물론 시대를 파악하는 눈과 결단력이 뒷받침 되어있다. 컨설팅 회사는 실체가 잘 보이지 않는다. 대중들이 바로 소비할 수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있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접 만나서 들어봤다. 코유로 장국현 회장이 이때까지 무엇을 연결해 왔는지, 지금 무엇을 연결하고 있는지, 앞으로는 무엇을 이어갈 것인지.

유학생이 비즈니스맨이 되기까지

-처음에는 유학생으로 왔다. 그 시절(!)에 독일로 유학온 이유는?

한국에서 독문학과를 나왔다. 독일과 유학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다. 학원이나 과외 알바 등을 하면서 유학자금을 모아 29살 때 독일에 왔다. 1991년이었다. 뷔르츠부르크에서 어학을 하고, 마인츠 대학교에서 통역을 공부했다.

-유학생으로 왔는데,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처음에는 이곳에서 일을 한다던가 사업을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통역학과다 보니 언어적, 현실적 한계를 많이 느꼈다. 좀 더 실용적인 공부를 하고자 라이프치히 커뮤니케이션 미디어학과로 들어갔다. 당시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 유학과 사업 중 고민을 하던 중이었다.

그 즈음 베를린 한국 영사관 직원으로 있던 선배의 제안으로 통역 알바를 시작했다. 통일 직후였기 때문에 정치인이나 기업인 등 독일을 오려는 이들이 많았다. 이 인연으로 영사관에서 통역, 증명서 번역 등의 알바를 많이 했다. 자연스럽게 네트워크도 넓어졌다. 한국에서 독일을 알고자하는 갈증이 많았고, 이 분야에 수요가 많다고 느꼈다. 공부를 접고 첫 회사인 ‘은혜 데이터뱅크’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민간 최초의 한독 컨설팅 회사를 설립하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회사였나?

한마디로 말하면 한독 브릿지 역할을 했다. 독일에 진출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현지 시장조사를 하고 적절한 파트너를 찾아 매칭 시켜주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섭외, 통역 등의 업무도 함께 진행했다. 1996년, 그 당시 민간 차원에서 세워진 거의 최초의 컨설팅 회사다.

-당시 유학생 신분으로 회사를 차리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그렇다. 그래서 처음에는 영주권을 가진 친구의 이름으로 회사를 설립했고, 시간제 고용으로 일을 시작했다. 이후 풀타임 계약을 맺고 취업비자를 준비했다. 학생 비자에서 노동비자로 바꾸는 것이 문제였다. 비즈니스 플랜을 짜고, 학생 때 일하면서 맺은 인연으로 영사관, 삼성, 지멘스, 상공회의소 등 10군데에서 추천장을 받았다. 준비하는데 총 3개월이 걸렸고, 신청 이후 1주일만에 비자를 받았다. 그 당시에는 매우 드문 케이스라고 들었다.

-주로 활동했던 분야는?

초기에는 산업 기술 쪽 일을 많이 했다. 독일의 좋은 부품을 찾아 한국으로 보내기도 하고, 한국의 것을 독일에 가져오기도 했다. 특히 2000년대 초에는 MP3와 셋톱박스, LCD TV 등을 독일로 가져와 유통하는 역할을 했다. 삼성과 같은 대기업은 물론 자체 딜러가 있다. 아이리버, 휴맥스 등 주로 중소기업 제품을 독일 현지 소매점인 미디어막트(Media Markt)에 납품했다.

독일 기술 제품이었던 자동차 사이드미러의 나노코팅 기술을 한국으로 이전하는데도 중간 역할을 했다. 그 외 특수모터나 실린더 등 기술 부품의 중개 업무를 계속했다. TV 브라운관이 사라지던 시절에는 여기서 나오는 유리를 재활용했다. 한국과 중국에 재활용 유리를 판매했는데, 1주일에 컨테이너 5대 정도가 판매됐다.


2019 IFA에 방문한 장국현 대표 (c)dokbab/dahee seo

컨설팅의 핵심은 트렌드를 파악하는 안목

-기술은 빠르게 변한다.

그렇다. 이런 제품 기술 분야도 첨단 기술이 발달하면서 시장이 줄어들었다. IT 분야가 뜨면서, 다시 가장 처음의 일로 돌아왔다. 현재 Coeuro GmbH에서는 무역, 판매보다는 컨설턴트, 기술 자문 등의 일을 하고 있다.

-현재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최근에는 신재생에너지 쪽에 집중하고 있다. 태양광, 풍력, 전기차배터리 등등 에너지 분야에서도 다양하게 나눠진다. 최근에는 특히 수소 전지 분야가 각광받고 있다.

-컨설팅을 하는데 전문 지식은 필요 없는가

해당 기술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트렌드를 보고 앞날을 내다볼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 이 기술이 앞으로 유망하다고 정확하게 판단하고, 조사하고 매칭시켜줄 수 있어야 한다.

-독일의 최신 동향을 어떻게 파악하나.

독일 신문의 기술면은 항상 본다. 경제지 중 하나인 한델스블라트(Handelsblatt)도 주의깊게 본다. 독일 곳곳에서 열리는 박람회도 좋은 기회다. 특히 전기차나 에너지 분야의 박람회는 빠지지 않고 간다. 나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직접 가서 보면 이해도도 훨씬 더 높아진다.

-현재 독일과 헝가리를 오가며 일하고 있다.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건가.
헝가리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 한국의 주요 기업들이 모두 들어와 있다. 헝가리 제조업체와 협력해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와 설비를 한국 기업에 납품한다.

-두 곳의 사업 환경을 비교해본다면.
시스템은 사실 비교할 수도 없다. 헝가리는 아직도 모든 것이 브로커를 통해서 돌아가는 곳이다. 건축 허가를 받으려고 할 때도 브로커를 통하지 않으면 기약이 없는 곳이다. 리스크도 크다. 반면 독일은 그런 시스템은 잘 갖춰져있다.

-독일에서 사업하시는 분들은 대게 프랑크푸르트 등 서쪽을 많이 생각한다. 베를린에서 지속하는 이유는?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시골에서 뭐하냐고 프랑크푸르트로 오라고 이야기들 한다 (웃음). 하지만 지금은 거점 지역이 그렇게 중요한 시대는 아니다. 나도 독일과 헝가리를 오가며 일하고, 대부분의 커뮤니케이션은 온라인으로 이뤄진다. 카톡과 왓츠앱이 있으면 된다. 어디 있는가가 중요하지 않다.

또한 많은 기업이 프랑크푸르트에 많이 모여있기 때문에, 이쪽 지역에 새로운 기회가 더 많다. 구동독 지역인 작센주, 동유럽 지역에서도 새로운 연결고리가 생겨난다.


2019 IFA에 참석한 장국현 대표 (c)dokbab/dahee seo

독일에서 비즈니즈할 때 중요한 것들

-네트워크, 독일에서도 중요한가?

비즈니스를 하려는 사람이라면 당연하다. 특히 나쁘게 헤어지면 안된다. 정말 상대하고 싶지 않은 인간이 있다 할지라도 웃으며 헤어져야 한다. 평판 관리, 중요하다. 비즈니스는 끝내더라도 장기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또한 독일 교수들이나 현지 전문가들과의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동안 독일에 오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컨설팅을 많이 했다. 성공적으로 연결된 사례를 소개한다면.

사업 비자를 받고 회사를 설립할 때 투자여력, 학력, 전공 등 다양한 면을 보고 판단하고, 가능성이 있다고 하면 정식으로 컨설팅 계약을 한다. 예를 들어 유럽으로 진출하고자 하는 중장비 설비 업체. 파이프 오르간 업체 등이 있었고, 한국식 학원을 설립하고자 했던 분은 2개월 만에 비자가 나왔다.

-독일에서 사업을 할 때 주요하게 보는 부분은?

기존에 독일에 없는 것을 새롭게 시작하면 비교적 비자가 잘 나오는 편이다. 반면 기존에 사업체가 있고, 해당 분야의 세금 규모가 적은 경우에는 심사가 까다롭다.

학벌은 없지만 학력과 전공은 본다. 전문성으로 보기 때문이다. 사업 자금이 아무리 많이 있어도 본인의 전공과 관련이 없으면 비자를 받기가 쉽지 않다.

-향후 유망한 분야를 꼽아본다면?

대체 에너지, 에너지 저장 장치 시스템, 방한 및 방열 등의 건축 자재, 전기차와 무인자동차, 수소 전지/에너지

-문과는 설 곳이 없어 보인다.

나도 문과다. 나도 엔지니어가 아니다. 새로 개발된 신기술을 파악하고, 판매하고 매칭시켜주는 사람이다. 이런 분야에 일하는데 반드시 엔지니어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독일에 일하러 오려는 청년들에게 조언한다면.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주어지지 않는다. 직접 찾아야 한다. 또한 독일에서 일하고 싶다면 최소 3-4년은 독일어를 공부하라고 전하고 싶다. 언어를 해야 그 나라의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고, 아는만큼 독일 생활이 더욱 더 즐거워 지기 때문이다.


한국과 독일의 브릿지,
기술과 정보의 브릿지,

장국현 회장의 일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렇다. 그는 자신의 회사뿐만 아니라 독일 특허전문 로펌에서 한국 컨설턴트로, 한국 지역 정부의 투자유치 자문위원으로도 활동중이다.

여기에 지금은 또 다른 브릿지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바로 세대간의 브릿지다. 장국현 회장은 현재 민주평통 베를린지회장으로 활동하면서 독일 교포사회에서 사회정치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독일 교포사회의 다양한 세대를 잇는 것. 교포 1.5세, 2세들 유학생 청년들을 아우를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이들을 연결함으로써 더 큰 네트워크를 형성하고자 한다. 이 또한 그의 전문영역이다. D

인터뷰: 독밥
정리: 이유진
사진: 서다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