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메가 콘서트 케이팝 플렉스(K-Pop Flex)에 환불 요청 쏟아지는 이유

유럽 최초 메가 K-POP 페스티벌을 표방하는 케이팝 플렉스 ©독밥/서다희

84개국 70,000장. 

지난 5월 14~15일 이틀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개최된 ‘케이팝 플렉스(K-Pop Felx)’에서 판매된 티켓 수다. 주최 측은 행사가 끝나자마자 2023년 콘서트 일정을 알렸다. 유럽 케이팝 콘서트의 티켓 파워가 다시 한 번 입증됐다. 한편 일부 팬들이 케이팝 플렉스가 사기라며 환불을 요청하고 나섰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유럽의 메가 케이팝 축제 ‘케이팝 플렉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유럽에서 처음으로 개최된 최대 규모의 케이팝 콘서트. 케이팝 플렉스에는 그룹 엑소 멤버 카이, 마마무, 엔시티 드림(NCT DREAM), (여자)아이들, 에이비식스(AB6IX), 엔하이픈(ENHYPEN), 아이브, 드림캐쳐, 몬스타 엑스 등 정상급 아티스트가 총출동했다. 훌륭한 라인업에 팬들의 기대도 한껏 부풀어 올랐다. 

14일 공연 첫 날 도이체방크 파크 축구 경기장은 유럽 전역에서 4만4000명의 팬들이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를 보기 위해, 최애 그룹은 없지만 케이팝을 즐기기 위해, 10대부터 40~50대까지 다양한 연령과 국적, 여러 얼굴을 한 팬들이 어우러졌다. 이들은 케이팝 스타들의 한마디 한마디, 몸짓 하나하나에 반응하며 함성을 내질렀다. 경기장 안에서 음료를 판매하는 직원들은 익숙한 듯 귀마개를 준비해왔고, 어린 자녀를 데리고 온 부모들은 무대보다 비명에 가까운 함성을 내뿜는 팬들의 모습을 더 흥미롭게 지켜보는 듯 했다.

전 세계에서 모여든 것은 케이팝 팬뿐만이 아니었다. 유럽 케이팝 콘서트 취재를 위해 독일은 물론 유럽 각국에서 100여 명의 취재진이 미디어 등록을 하고 현장을 방문했다. 미디어 취재 지원을 위해 영국과 독일의 미디어 홍보 대행사가 협업했다. 독일 현지 미디어는 케이팝 스타와의 인터뷰를 잡기 위해 분주했고, 결국 엔시티드림과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싱가포르 등 아시아 지역 매체, 스위스의 헤비메탈 전문 잡지 기자도 참석해 케이팝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을 반영했다. 

콘서트장 앞에서 개최된 코리아 페스티벌(K-Festival)

전세계에서 몰려든 케이팝 팬들을 위해 프랑크푸르트총영사관과 한국관광공사는 공연장 앞에서 한국 문화 축제를 개최했다. 게임 토너먼트, 댄스 경연대회, 한복쇼, 한식 부스는 물론 전남, 전북, 부산, 안동 등 여러 지자체도 부스를 열어 관광지로서 한국을 홍보했다. 독일에서 열리는 케이팝 행사가 늘 그렇듯 케이팝 플렉스 또한 청소년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자유롭고 다채롭게 스스로를 드러내며, 누구도 배제하지 않고 다양성이 보이는 자유로운 공간이었다.

코리아 페스티벌이 열린 야외 행사장 ©독밥/서다희
다양한 체험 행사 및 워크숍을 준비해온 지자체들 ©독밥/서다희
K-POP에 못지 않은 인기를 실감케 한 한국 음식 부스들 ©독밥/서다희

케이팝 플렉스 ‘환불 요청’ 불만 쏟아진 이유는

케이팝 플렉스 환불을 요청하며 시작된 청원, 지금은 조금 정제된 표현으로 수정됐다
ⓒ https://www.change.org/p/we-dont-want-no-more-k-pop-flex-mistreatment-and-lies

전반적으로 활기차고 즐거운 에너지, 무대에 오른 케이팝 스타들의 멋진 무대와는 별개로 첫날 행사가 종료된 이후에는 행사 운영에 대한 팬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팬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했던 채널인 케이팝 플렉스 공식 인스타그램에는 댓글 수백 개가 올라왔는데, 80% 이상이 비판적인 댓글이었다. 가장 큰 이슈는 미리 고지되지 않은 ‘사전 공연(Pre Show)‘이었다.

티켓 판매 당시 콘서트 시간은 5시간으로 안내됐다. 팬들은 5시간의 케이팝 콘서트를 기대했고 티켓을 구입했다. 하지만 행사 당일이 되어서야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2시간 동안 사전쇼가 있을 예정이라고 안내됐다. 실제 케이팝 스타들의 무대는 2시간 내외로 진행됐다. 사전 공연은 부산 엑스포 홍보 영상, 오징어게임의 음악을 리메이크한 댄스 크루의 공연과 한복 패션쇼 등 소위 ‘두유 노 코리아’ 버전의 한국 문화 홍보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미리 공지 안 된 사전쇼에 불만 폭주

케이팝 팬들은 ‘우리가 요청하지도 않았고, 원하지도 않았고, 그것을 보려고 티켓을 산 것도 아닌 사전 공연이 2시간이나 진행됐다’며 ‘티켓값의 절반을 환불해달라’고 비판했다. 사전 공연의 훌륭함과 별개로 사전에 충분한 고지가 됐어야 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날 또 발생했다. 비판이 밤새 이어지자 주최측이 2일 째 공연에는 사전 공연 일부를 취소하고, 예정 시간보다 한 시간 빨리 케이팝 본 공연을 시작한 것이다. 공지 또한 갑작스러웠다. 오후 2시에 인스타그램에 ‘3시에 공연을 시작한다‘고 공지했다. 전날 사전 공연에 지친 팬들이 아직 입장을 다 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본 공연 시작 시간인 4시에 맞춰서 공연장에 오던 팬들은 쇼 앞부분을 놓치고 말았다. 일부 팬들은 환불을 요구하면서 인터넷 청원까지 시작했으니, 팬들의 분노를 가늠할 만하다.

어디서든 긴긴 줄이 늘어서 있었던 공연장 안팍 ©독밥/서다희
스탠딩석에서 공연을 기다리는 팬들 ©독밥/서다희

공연 당일 더운 날씨에 물이나 음료, 음식 코너가 부족했다는 비판도 잇따랐다. 무료 음수대는 단 한 곳이었고, 음료를 구입하는데도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했다. 실제 공연장에서 탈수 현상으로 구급대에 실려가는 팬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다행히 이튿날에는 전날보다 더 많은 음료 판매대가 준비되었다. 

물론 수만 명이 참석하는 행사에서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는 법이다. 특히 팬들의 어린 연령을 감안했을 때 첫 콘서트인 팬들이 많다. 대규모 콘서트에서의 비싼 음료와 귀가길의 혼란스러움 등은 낯선 경험이었을 테다. 하지만 적어도 티켓을 구입한 소비자에게 콘서트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과 소통 방법은 개선해야할 점으로 보인다.

케이팝 플렉스(K-Pop Flex)
케이팝 플렉스는 글로벌 공연 기획사인 라이브 컴퍼니(Live Company)와 엑스플로라도(Explorado), 독일 오픈 에어 행사 전문 기획사 PK 이벤트, 그리고 SBS가 공동 주최하는 케이팝 콘서트다. 2022년 5월 14-15일 첫 행사를 개최했고 매년 이어질 전망이다. 2023년 케이팝 플렉스는 6월 17~18일 프랑크푸르트, 9월 22, 23, 24일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