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스타트업 고타이거의 한식 마케팅
베를린에 사는 (아시아) 사람이라면 모바일에서 ‘고타이거(GoTiger)’를 마주친 이들이 많을 것이다. 지난 2월 설립된 아시아 식품 당일 배달 스타트업이다. 스타트업 각축장인 베를린에는 식당 및 식품 배달 스타트업 경쟁이 이미 과부화 상태다. 다국적 도시에서 아시아 식품 배달 플랫폼의 출현은 시간 문제였던 셈이다.
아시아 식품 전문 배달 플랫폼, 고타이거
고타이거 또한 여느 플랫폼과 다르지 않다. 어플리케이션으로 주문을 하면 당일 원하는 시간대에 배달한다. 완전 새로운 플랫폼은 아니지만, 아시아 식품만 다룬다. 아시아 식료품 수요는 이제 현지에 거주하는 아시아인을 넘어선다.
여기에는 먹방이나 유튜브, 영화, 시리즈 등 콘텐츠를 통해 글로벌한 트렌드가 된 한식이 큰 영향을 끼쳤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고 보면 고타이거가 한식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활용한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한식 콘텐츠 중심 마케팅으로 눈길
고타이거의 마케팅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제품은 삼양식품의 불닭 시리즈다. 아시아 ‘매운 맛‘ 소개에서도 불닭볶음면이 첫 번째로 나섰다. 인스턴트 라면 요리하기 콘텐츠는 불닭으로 제작했다.
‘삼양라면에 대한 5가지 사실‘에서는 삼양라면이 한국의 첫 번째 라면 회사인 점, 핵불닭볶음면이 세계에서 가장 매운 라면인 점, 2016년부터 매운 라면 먹기 챌린지로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는 점 등을 소개했다. 이처럼 수시로 해당 제품을 활용한 홍보 콘텐츠를 내 놓고 있다.
영화 <기생충>을 통해 알려진 짜파구리 세트도 내 놨다. 짜파게티와 너구리 라면에 한우 고기 대신 스팸 통조림을 세트로 구성했다. 메뉴 이름도 ‘기생충 짜파구리 라면 세트(Parasite Jjapaguri Ramen Set)‘다.
“케이팝 스타처럼 먹고 마시자“며 한국 과자와 술을 모아 놓은 ‘서울 경험 세트(Seoul Experience Set)’, 한국식 점심이라며 즉석밥과 김치, 김을 모아 놓은 세트도 있다. 한국의 여러 콘텐츠를 최대한 활용한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고타이거를 통해 한식을 주문해 봤다. 테스팅 기간에는 제한적으로 등록한 이들에게만 접근 코드를 제공했다. 배달 시간은 당일 3시간 단위로 정해진 시간대를 선택할 수 있다. 주문한 지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배달이 온다. 직접 손으로 쓴 감사 인사와 친구 추천을 할 수 있는 할인 코드까지, 고릴라 플랫폼의 운영 방식과 비슷하다. 이후 알고 보니 창업자 중 한 명이 고릴라에서 일하던 직원이었다.
베를린에서 한국 식품을 구입하는 일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번화가에 있는 아시아 마트에 가거나, 한국인이 운영하는 온라인 마트를 통해 주문할 수 있다. 물론 일반 택배 배송으로 며칠 뒤에 받을 수 있고, 타이밍이 안 맞을 때에는 되돌아가거나 상온 방치로 번거로워지는 경우도 많다. 집에서 이렇게 빠른 시간 내에, 핫한 스타트업 씬 한 중간에서 한식을 받아 보는 느낌은 또 새롭다.
별도 배달 플랫폼으로 노동 문제 피해가기
배달 시스템을 직접 운영하지 않는 것도 눈에 띈다. 고타이거의 경우 배달 서비스만 따로 제공하는 플랫폼인 드롭(dropp)을 이용해 배달한다. 아직 테스팅 단계인데다가 배달 라이더들의 노동 조건 문제로 비판 받을 여지를 아예 만들지 않은 것이다. 이는 선행 사례를 통한 경험이다.
고릴라의 경우 창업 초기부터 배달 라이더들의 노동 환경 문제로 뉴스에 더 많이 오르내렸다. 라이더들의 복장이나 배달 장비로 브랜드 마케팅이 되는 장점도 있지만, 시스템을 구축해가는 스타트업이 현지의 엄격한 노동법까지 모두 감당하기는 쉽지 않은 게 사실. 선택과 집중을 택했다. 배달 책임을 달리 하면 소비자 또한 제품을 주문하는 데 도덕적인 불편함이 줄어든다.
명랑한 브랜딩으로 고정관념 넘어서기
그간 독일이나 유럽에서 ‘동아시아 음식‘의 이미지는 기원을 알 수 없는 볶음면과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아시아식(?) 폰트, 베트남식 모자로 한정되어 있었다. 고타이거는 명랑한 브랜딩으로 그러한 고정관념을 넘어서는 데 일조한다. 고타이거에서 제공하는 여러 아시아 식료품 중에서도 한식이 가장 눈에 띈다. 한식만큼 ‘콘텐츠’를 가진 식품이 없기 때문이다.
아시아 식품의 범위와 재미를 넓히는 데 한식 콘텐츠가 그 중심에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한식을 소개하는 직원 중 한국인이 없다는 사실. 고타이거의 창업자 중 한 명이 중국 배경인 점, 유럽이나 글로벌 스타트업씬에서 활동하는 한국인들이 아직은 많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분명한 것은 고타이거의 콘텐츠가 글로벌한 한국 콘텐츠의 힘을 증명한다는 사실이다.
고타이거는 유럽 대표적인 벤터 캐피탈인 스피드인베스트(Speedinvest), 시오 캐피탈(Shio Capital), 어드제이센트(Adjacent), 리퍼란도 창업자인 카이 한젠(Kai Hansen) 등이 투자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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