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패션지 아이콘(ICON)의 한국 특집호 KOREA CALLING

독일 패션지 ‘아이콘(ICON)’이 2022년 5월 ‘Korea calling’이란 주제로 한국문화 특집호를 발행했다. ‘아이콘’은 독일 최대 미디어 기업인 악셀 슈프링어(Axel Springer)사의 일요일판 신문인 ‘벨트암존탁(Welt am Sonntag)’과 함께 배달되는 매거진이다. ‘아이콘’은 주지훈, 송강 등 한국 배우와 인터뷰 해오면서 한국 엔터테인먼트씬에 꾸준한 관심을 보여왔는데, 이번 호에서는 80페이지 전체를 한국문화 전반을 소개하는 데 할애했다. 뿐만 아니라 베를린에서 특집호 발행 기념 파티까지 개최해 주목을 받았다.

지난 5월 15일 《벨트암존탁》과 함께 배포되는 패션 매거진 《아이콘》이 한국 특집호를 발행했다. 표지는 윤여정 배우와 몬스타X 두가지 버전으로 나왔다 ⓒYujinLee

한국 특집호로 발행된 독일 패션 매거진 《아이콘》. 앞 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편집장 잉가 그리제(Inga Griese) ⓒICON/YujinLee

아이콘 편집장 “서울은 새로운 뉴욕”

‘아이콘’ 편집장인 잉가 그리제(Inga Griese)는 발행인의 글에서 그간 자신에게 영감을 주던 도시가 뉴욕에서 서울로 바뀌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서울은 삶의 가치가 있고 창의적이며 다이나믹한 도시로서 새로운 핫스팟이 됐다”며 “우리는 이미 분단된 국가로서 아주 가까운 이 나라와 기쁜 마음으로 다리를 놓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은, 죄송하지만, 저의 새로운 뉴욕”이라고 말했다. 

‘아이콘’은 이 특집호를 위해 직접 한국을 찾았고, 한국 톱 배우들과 연달아 인터뷰를 가졌다. 첫 인터뷰이는 영화 미나리로 오스카를 수상한 배우 윤여정이다. 편집장이 로스앤젤레스로 가서 직접 그를 만났다. 마찬가지로 <미나리>에서 열연한 한예리, <오징어 게임>의 박해수, <파친코>에 출연한 노상현, 독일 쾰른 출신 배우 유태오, 정우성과 몬스타X 와의 인터뷰 시리즈가 이어졌다. 인터뷰 라인업만 봐도 ‘아이콘’이 얼마나 큰 공을 들여 인터뷰이를 선정하고 섭외했는지 알 수 있다. 

K-콘텐츠 스타 인터뷰 시리즈

아이콘(ICON) 매거진에 실린 한예리 화보와 인터뷰 ⓒICON/YujinLee
아이콘(ICON) 매거진에 실린 몬스타X 인터뷰 ⓒICON/YujinLee

특히 배우 한예리의 경우 13페이지에 걸쳐 화보와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아이콘’은 “한예리의 움직임은 엄청나게 우아하며, 너무나 예의 있고 매력적이라 바로 포옹을 하고 싶어진다”면서 “스튜디오 안은 수많은 스태프들로 꽉 차 있지만, 카메라 앞에 선 한예리의 존재감은 모두를 압도한다. 그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는 가히 황홀하다”고 썼다.  

케이팝 스타 중에서는 몬스타X가 지면을 채웠다. ‘아이콘’은 “오는 주말 프랑크푸르트 (케이팝 플렉스) 무대에 서는 몬스타X와 서울에서 화보 일정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아이콘’이 발행된 날은 지난 5월 15일 일요일로 유럽 최대의 케이팝 콘서트가 열리는 날임을 고려한 기획이다. ‘아이콘’은 “(케이팝) 장르 클리셰가 만들어내거나 연출된 무대가 허락하는 것보다 더욱 영민하고 자신을 성찰하는 진정한 음악가”라고 몬스타X를 소개했다.

한식, 한복, 한옥 등 한국 전통미 소개

스타들과의 인터뷰 이외에도 미술, 건축, 패션, 뷰티, 음식 등 한국문화의 다채로운 면면을 소개했다. 한국의 의식주 전통 문화를 재해석하는 ‘온지음’과 ‘예올 북촌가’를 방문해 미래지향적인 한국의 전통 문화를 소개했다. 건축 부문에서는 ‘원오원 아키텍츠’를 만났고, 석정혜 디자이너 등 한국 패션 브랜드와 화장품 등 뷰티 브랜드도 함께 소개했다.

독일 뮌헨의 성형외과 의사인 팀 고뤼케(Timm Golüke)와 대화를 나눈 짧은 기사도 눈에 띄었다. 그는 한국의 성형외과 부문 회의에 자주 참가하고, 한국에서 개발된 장비를 쓰며, 한국 스타일로 성형하기를 원하는 근교 아시아 국가의 환자들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늙지 않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한국의 성형 열풍을 담담하게 소개했다.

아이콘(ICON) 매거진에 실린 한복 소개 ⓒICON/YujinLee

그 외에도 하동의 들깨 농장, 서울 광장시장부터 이태원의 고급 레스토랑을 찾았고, 마지막으로는 한국 요식업의 상징인 백종원과의 인터뷰도 빼놓지 않았다. ‘아이콘’은 한국에서 가족을 의미하는 단어 ‘식구’에서 시작해 반찬 문화와 김치까지 한국에서 음식의 의미와 다채로운 식문화를 섬세하게 다루었다. ‘아이콘’은 패션 트렌드 매거진인만큼 관련 부문에서 한국의 가장 핫한 씬을 선별해 소개했다. 한국 특집 기획 및 섭외 과정에서는 <미나리> 제작에 참여한 이인아 영화 프로듀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콘’은 독일어 매거진이지만 이번 한국 특집호는 특별히 독일어판과 영어판 두 가지 언어로 발행했다. 한국 콘텐츠에 대한 글로벌한 관심을 반영한 것이다.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독일어와 한국어 기사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 ‘아이콘’의 독자가 대부분 독일 현지인임을 감안하면 꽤나 공을 들인 작업이다. 이번호 인터뷰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한국인들과 콘텐츠를 접하고 싶은 한국어 사용자 독자들을 염두한 것으로 콘텐츠 기획의 섬세함이 돋보인다.   

아이콘 홈페이지에서 기사를 독어, 영어, 한국어로 볼 수 있다 ⓒhttps://iconmagazine.de

베를린에서 한국호 발행 파티

한류문화 기념호 파티에는 이인아 피디와 한예리, 유태오 등이 참여했다.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한인 2세 DJ 아이엠킴콩(Iamkimkong), 베를린 한식씬의 상징인 김치프린세스 박영미 대표, 독일 이주민 테마로 팟캐스트 ‘할베 카르토펠(반쪽짜리 감자)‘을 진행하며 독일 방송상 후보에 오른 프랑크 정(Frank Joung) 기자 등 독일 현지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한인 2세들도 함께 모였다. 프랑크 정 기자는 독일 내 미나리 상영 당시 정이삭 감독과의 대화에서 사회를 본 인연이 있다. 

이번 ‘아이콘’의 한국문화 파티는 독일에서 개최되는 여타 한국문화 행사와는 결이 달랐다. 동포 사회나 한국 관련 기관이 연계되지 않았고, 현지 엔터테인먼트씬에서 자발적으로 기획, 진행된 파티였다. 케이팝이 빠지지는 않았지만, 메인 테마도 아니었다. 독일에서도 이제 케이팝을 넘어 한국문화의 다양한 콘텐츠가 주목 받고 있다는 뜻이다. 국가적 홍보 없이도 시장의 수요에 따라 한국 콘텐츠가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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