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깔 좋은 독일 한식당, 불법 고용에 바가지 메뉴판까지.. 이러지 맙시다

빛깔 좋은 독일 한식당, 불법 고용에 바가지 메뉴판까지.. 이러지 맙시다

독일의 한식 트렌드를 따라 대도시 곳곳에 새로운 한식당들이 문을 열고 있다. 그동안 독일 유학생들 사이에서는 한인 식당을 포함한 한인 업소들에서 볼 수 있는 불합리한 노동 환경 및 운영방식에 대한 말들이 많았다. 이런 ‘카더라’ 소문들과 개개인의 사례는 최근 독일 라이프치히 할레 한인학생회와 독일 유학생 커뮤니티가 함께 실시한 한인업소 노동 실태 설문조사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한인 고용주와 노동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뿐만 아니라 한식당들의 비윤리적인 행위도 함께 공개되었다.

노동법 안 지키는 한인업소들

독일 라이프치히 할레 한인학생회와 독일 유학생 커뮤니티 ‘과방’은 지난해 11월 21일부터 약 2달간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서 독일 아르바이트 실태를 조사했다. 총 78명이 응답했으며, 이 응답 자료를 바탕으로 만든 ‘노동 매뉴얼’을 최근 공개했다. 

이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2%가 최저임금을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최저임금을 받은 이들은 35%에 불과했고, 나머지 13%는 최저임금이 도입된 2015년 이전에 일한 사례다. 노동계약서를 작성한 경우도 37%에 그쳤고, 63%는 계약서도 없이 근무했다. 초과근무 수당을 받은 경우도 33%에 머물렀다. 이런 숫자뿐만 아니라 응답자들이 직접 적어 낸 개개 경험담은 독일 한식당의 노동 환경을 더욱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수습 기간이라는 점을 이용해 최저임금을 주지 않고, 수습 기간이 끝나면 해고하는 것으로 ‘유명한’ 식당도 여러 곳이다. 정해진 알바 시간 앞뒤로 초과근무한 경우는 ‘모른 척’하고 임금을 주지 않는 사례도 있었다. 한 식당에서는 독일 직원에게는 최저임금을 주면서 한국인들에게는 최저임금을 주지 않았다. 

이러한 알바생들을 더욱 괴롭게 하는 건 업주들의 태도다. 독일어를 잘 못 하거나, 독일 사정을 잘 알지 못하는 학생들을 상대로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 정도면 잘해주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독일 베를린 한식당에서 일하고 있는 한 유학생은 ‘최저임금은 당연히 지켜야 하는 일인데, 겨우 최저임금을 맞춰준다고 고마워하라는 듯이 이야기한다’고 전했다. 

사실 이러한 상황은 독일 뿐 아니라 어느 나라에서도 똑같이 들리는 이야기다. 독일은 하지만 그 어떤 곳보다 노동법이 탄탄하고, 노동 환경이 좋은 곳이라는 인식이 있는 곳이라 실망감이 유난히 크다. 노동법 관련한 내용뿐 아니라 일부 업주들의 비도덕적인 행위도 함께 공개되었다. 현지 고객들이 한국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점을 이용해서 한국어로 욕을 하거나, 성적,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는 경우다.

박람회 기간에는 ‘바가지 메뉴판’ 따로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세계적 규모의 국제가전박람회(Internationale Funkausstellung, IFA), 삼성과 LG는 물론 한국의 대기업과 가전기업들이 모두 참여하는 박람회로 이 기간 베를린 한식당은 말 그대로 ‘대목’이다. 한국에서 출장 온 수많은 기업체 직원들이 매일 한식당을 찾고, 회사 비용으로 식대를 처리한다. 이 시즌 한식당에는 새로운 메뉴판이 생긴다. 바로 다음과 같다.

베를린의 한 한식당에서 국제가전박람회 기간에만 제공된 메뉴판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 기간에만 한정으로 나온 메뉴판이다. 해당 식당이 평소에 받던 메뉴 가격의 최소 2배 이상을 받았다. 이 식당에서 안심구이는 평소 1인분 25유로(약 3만 2,100원)를 받지만 박람회 기간에는 55유로(약 7만 700원)가 됐다. 소 불고기는 17유로(약 2만 1,800원)였는데 이 기간에는 45유로(약 5만7,800원)로 올랐다. 찌개 전골류는 다행히(?) 덜 오른편이다. 

평소 13~14.5유로까지 받던 메뉴가 모두 18유로로 통일됐다. 음료 및 주류 가격대도 모두 인상됐다. 물 0.75L는 7유로(평상시 5.5유로), 소주는 20유로(평상시 18유로)를 받았다. 와인의 경우는 더욱 황당하다. 와인 종류에 상관없이 한 병에 50유로로 책정됐다. 평소 메뉴판을 보면 가장 저렴한 와인은 한 병에 18유로, 가장 비싼 와인은 한 병에 31유로를 받는다. 이 50유로 와인이 어떤 와인일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물론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다. 한국에서 출장 온 직장인들은 거리낌 없이 결제한다. 어차피 회사 비용으로 처리되는 것이기 때문에 가격에 구애받지 않는다. 

하지만 현지 고객들은 시선이 다르다. 직원이 ‘여기 사시죠? 원래 가격대로 해 드릴게요~’라고 선심 쓰듯이 하는 이야기에 고마워해야 하는 건지, 아닌지 하는 긴가민가한 상황에 놓였다. 

이 메뉴판은 실제로 현지 유학생 및 교민들 사이에서 큰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또 이렇게 대놓고 당당하게 메뉴판을 내놓는 경우는 낫다. 명시적인 메뉴판도 없이 임의로 가격을 올려서 계산하거나, 고객이 말하지 않았는데도 팁을 추가해서 결제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한국 출장 손님, ‘진상’도 많아서…

물론 한식당 측의 항변도 있다. 한국에서 단체로 오는 손님의 경우 한국식 서비스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그만큼 에너지와 비용이 많이 쓰인다고 한다. 예를 들어 수시로 직원을 큰 소리로 불러 이것저것 요구할 때가 많다. 

독일 식당에서는 직원을 큰 소리로 부르는 것을 무례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직원들이 알아서 테이블에 와서 필요한 것을 물어보면서 서비스를 해줄 때까지 기다리고, 적절한 시점에 이행된 서비스에 대해서 팁을 주는 문화다. 하지만 잘못된 행동을 또 다른 잘못된 행동으로 변명할 수는 없는 일. 한식당들의 이런 비도덕적인 행태는 장기적으로 한식당들의 이미지를 깎아내릴 수밖에 없다.

불합리한 노동 환경은 과거 독일에 정착한 교민들이 운영하는 한식당뿐만 아니라 최근 한식 트렌드를 탄 젊은 식당, 독일 현지 언론에 많이 소개된 식당에서도 일어났다. 위에 소개된 ‘바가지 메뉴판’ 식당 또한 베를린에서 한식 행사나 케이터링 서비스를 많이 하는 유명한 식당 중 하나였다. 한식 트렌드, 다양한 콘셉트의 한식당, 힙한 간판과 홈페이지, SNS 페이지 모두 좋다.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도 제대로 운영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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