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다양성의 상징, 문화 카니발 개최

베를린 문화 카니발ⓒyujinlee

지난 5월 26일부터 29일까지 오순절을 맞이해 베를린에서 ‘문화 카니발(Karneval der Kulturen)’이 개최됐다. 베를린의 문화 카니발은 이름 그대로 도시의 문화 다양성을 집약해 보여준다. 1996년부터 개최된 베를린 문화 카니발의 주인공은 바로 베를린 시민들이다. 전 세계에서 모인 베를린 시민들이 음식, 공연, 전통문화를 선보이며 베를린의 다양성과 국제성을 상징하는 축제를 열었다.

베를린 다문화 퍼레이드 LOVE Korea!

문화 카니발의 하이라이트는 5월 28일 일요일에 열린 대규모 거리 퍼레이드였다. 올해는 약 50여 개 그룹의 2,500명이 퍼레이드에 참가했다. 퍼레이드는 늘 브라질 삼바로 시작된다. 화려한 복장과 신나는 리듬으로 퍼레이드의 시작을 알린다. 여기에 한국팀도 빠질 수 없다. 네 번째 순서로 참가한 러브코리아(Love Korea)!팀은 진주성대취타팀을 선두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어 독일과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물놀이팀과 가야무용단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어린이 사물놀이와 장구팀, 중장년 공연팀이 어우러져 큰 호응을 받았다. 관람객들은 “한국이다!”를 연신 외치며 모두 사진과 영상을 담는데 여념이 없었다.

베를린의 ‘문화 카니발’ 퍼레이드에 참가한 한국팀(Love Korea!)ⓒyujinlee

퍼레이드 참가자들은 대부분 베를린 시민들이다. 베를린 시민들이 각자의 전통문화를 펼쳐 보이는 퍼레이드는 그 자체로 인종주의와 외국인 혐오에 반대하는 정치적 시위로 평가받는다. 기후, 전쟁, 인종주의 등의 테마를 가진 정치적 그룹도 틈틈이 만날 수 있다.

퍼레이드 종료 후 러브코리아(Love Korea)!팀은 종합 포맷 부문에서 퍼레이드 심사위원상을 수상해 의미를 더했다. 문화 카니발 심사위원은 “군악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여성 파워를 평가한다. 이들은 라이브 연주를 하고 복잡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두 가지를 동시에 해냈다. 서로 다른 그룹이 능숙하게 호흡을 맞추었다. 또한 여러 세대로 구성된 그룹이 한국과 베를린 문화 카니발의 전통을 모두 계승할 수 있다는 점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베를린에 거주하는 한인 1-3세가 함께 한국의 전통문화를 선보인다ⓒyujinlee

다채로운 문화를 가진 참가자 모두 베를린 시민들이다ⓒyujinlee

베를린 문화카니발거리축제

문화 카니발이 열리는 베를린 크로이츠베르크 지역은 다양한 이주민이 모여 사는 상징적인 곳이다. 문화 카니발이 브란덴부르크문 같은 유명 관광지가 아니라 크로이츠베르크에서 열리는 이유이다. 축제 구역의 교통은 축제가 진행되는 나흘간 통제되며 도로와 광장은 350여 개의 부스로 채워진다. 각국의 전통 음식과 음료, 전통 공예품 등을 판매하고 곳곳에 설치된 무대에서는 전 세계의 음악이 흘러나온다. 참여 국가와 컨셉이 워낙 다양하다 보니 몇 번을 돌아봐도 지겨울 틈이 없다.

그간 베를린 문화 카니발에서 잘 보이지 않았던 한식 부스도 한쪽에 자리를 잡았다. 베를린 줌프레시는 ‘광장시장’을 콘셉트로 떡볶이와 잡채, 김치, 그릴 닭고기 등을 선보여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한국 치킨을 판매하는 부스 ‘구텐닭’에도 사람들이 몰렸다. 한식으로 눈에 띄는 곳은 이 두 곳뿐이었는데 베를린의 한식 트렌드를 생각하면 그 수가 적은 편이라 아쉬움이 남았다.

베를린 다문화 카니발 부스의 광장시장ⓒyujinlee
베를린 다문화 카니발 부스의 구텐닭ⓒyujinlee

베를린의 축제, 다양성의 상징

베를린 문화 카니발뿐만 아니라 최근 독일에서 개최되는 대규모 행사에서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이슈가 있다. 바로 ‘친환경’과 ‘탄소 배출 감소 대책’이다. 일반적으로 독일 거리 퍼레이드에서는 팀 당 대형 차량이 선두에서 이동한다. 하지만 올해는 차량 사용이 금지됐고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하도록 했다. 한국팀은 한국의 미를 살린 자전거 수레를 타고 이동했다. 음식 판매에는 다회용 및 친환경 용기가 사용됐고 다회용 음료 컵도 보증금 제도를 통해 최대한 수거해 재활용했다. 

베를린 문화 카니발이 열리는 나흘 내내 행사 구역과 도로는 음악 소리와 사람들로 가득 찬다. 특히 퍼레이드가 열리는 도로는 음악 소리가 귀를 찢을 정도이다. 축제를 찾은 사람들이 버리고 가는 술병과 쓰레기도 만만치 않다. 이 모든 불편함 속에서도 문화 카니발은 매년 이어지고 있다. 바로 이곳에 사는 베를린 시민들이 만드는 베를린 시민들을 위한 축제이기 때문이다. 축제 구역에 거주하는 시민들과 아이들은 통제된 거리에 나와 소소한 장을 열기도 한다. 정식으로 등록한 부스는 아니지만 경찰이나 다른 시민들 누구도 제지하지 않는다.

 베를린 문화 카니발은 굳이 문화라는 단어를 붙이지 않아도 성립된다. 베를린 문화 카니발의 다양성과 다문화, 관용과 자유, 질서와 무질서, 음악과 소음, 음식과 쓰레기, 그리고 축제에서 이뤄지는 담론까지 이 모든 것이 베를린 자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