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국가 브랜딩 ‘지속가능성’
독일이 ’지속가능성’을 국가 브랜딩으로 구축하고 있다. 최근 독일에서 열리는 국제 박람회와 독일 정부 부스를 보면 대부분 하나의 콘셉트를 강조한다. 바로 그 분야의 지속가능성(Nachhaltigkeit)이다. 역사의 굴곡을 거쳐 유럽을 선도하는 국가로 자리매김한 독일은 전 분야에서 지속가능성을 최우선적 가치로 두고 국가를 운영하고 있다.
국제박람회, 오직 ‘지속가능성‘
세계 최대의 박람회 산업을 자랑하는 독일에서는 역사가 깊고 규모가 큰 박람회가 자주 개최된다. 지난해 9월 개최된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 박람회의 집중 테마 자체가 지속가능성, 에너지 효율, 스마트홈 등이다. 박람회에 소개되는 혁신 기술도 대부분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 자원 절약이나 탄소중립 생산, 수리 및 재활용성 등을 고려한 제품이 소개됐다. 독일의 대표적인 연구기관인 프라운호퍼 신뢰성 및 마이크로통합 연구소(IZM)는 친환경 스마트폰을 주제로 박람회에 참여했다. IZM은 스마트폰 및 태블릿을 위한 에코 디자인 및 에너지 라벨 등에 대한 EU 규정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했다.
이런 경향은 국가 정책에 따른 것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욕구‘와도 맞물린다. 제품 구입에 지속가능성을 고려하는 소비자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러우 전쟁으로 폭등한 에너지 비용 등으로 에너지 효율 제품에 대한 수요가 특히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독일 및 유럽 시장에서 지속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가전 제품은 주목을 받기는커녕 도태될 수 있다. 박람회에서 발견할 수 있는 변화와 제품이 장기적으로는 유럽의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 길을 독일이 선도하고 있다.
지난 1월에 개최된 역시 국제적 규모의 식품 산업 박람회인 베를린 국제 그린 위크(International Green Week Berlin). 독일농식품부는 박람회에서 ‘위기와 미래에 강한‘ 농업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업이 미래를 만든다. 지속가능성!“ 독일 정부관은 온통 지속가능성 메시지 뿐이다. 미래지향적인 농축산, 생물 다양성, 지속가능한 영양 등 관련 부문에서 적용되는 지속가능 정책을 모두 소개했다.
농업 분야는 특히 식량을 제공할 뿐 아니라 토지 및 물 사용 등을 통해 기후보호나 종 보호에 핵심적 기여를 할 수 있는 부문이다. 독일 정부는 다양한 정보 및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해당 부처가 했던 성과보다는 모범 사례와 가치를 알리는 캠페인에 더욱 주력했다. 박람회에서 빠지지 않는 혁신 기술이나 제품 소개 또한 비건 식품 스타트업, 토양 보호를 위한 기술 등이 주목을 받았다.
지난 3월 열린 베를린 국제 관광박람회 ITB. ‘그래도 관광이면 독일 관광 홍보에 집중하겠지‘라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독일 관광청의 메인 부스 전면에 바로 보이는 것은 풍력 발전기 아이콘. ‘지속가능한 여행‘이라는 메시지다. 부스 측면에는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가 있다. 물론 연방제인 독일의 특성상 지역 관광지나 특산품 등은 각 지역관에서 홍보한다. 하지만 ‘독일‘이라는 국가 단위의 관광 브랜딩은 또다시, 지속가능성이다.
독일 사회 전반에서 중요한 키워드인 배리어프리도 빠질 수 없다. 독일 메인 관에서는 ‚쉬운 여행‘ 프로그램도 소개됐다. 각 주정부가 연합해 휠체어나 보행 보조 장치 접근성, 시각 및 청각 장애인, 어린이 및 노인들을 위한 관광지 및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이를 홍보하고 있었다.
국가와 도시의 브랜딩, ‘지속가능성‘
현지 문화와 연결되는 관광은 국가의 이미지와 브랜딩을 구축하는데 핵심적인 요소다. 그런 측면에서 독일의 관광은 지속가능성을 빼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이 부분은 특히 다채로운 문화가 모여 있는 베를린이 주도하고 있다. 베를린 관광청은 지속가능한 관광 테마를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관광지로 가장 먼저 소개되는 곳은 미래 복합 공간 EUREF 캠퍼스다. 가스 저장소였던 곳을 리모델링한 곳으로 지금은 에너지, 모빌리티와 같은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하는 연구소와 기업, 스타트업이 모여 있다. 기후 전환을 위한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하고 체험 및 교육 공간, 카페와 레스토랑이 있는 거대한 지속가능 실험실이다. 잉여 식품을 활용하는 스타트업, 제로 쓰레기 레스토랑, 유기농 패션 상품, 양봉장 등도 빠지지 않는다.
학생들의 수학여행지로도 ‘지속가능한 베를린‘을 브랜딩하고 있다. 베를린 관광청 측은 “지속가능한 여행은 방문자들의 바람을 충족시키면서도 도시와 도시에 사는 사람을 위한 안정적인 경제 발전에 기여한다. 중요한 것은 천연 자원과 환경을 다루는 방식과 도시의 거주자들을 존중하며 만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독일의 지속가능 거버넌스
독일 정부는 민관 협력 차원의 지속가능성 거버넌스를 구축해 지속가능 전략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새롭게 구축하며, 실제에 적용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지속가능 전략은 다양한 주체의 폭 넓은 참여에 달려있다. 이는 삶의 거의 모든 영역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라며 “전략 목표와 하위 목표 및 지표는 모든 단위의 정부 및 사회 단체, 경제 및 과학이 참여하는 경우에만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독일 정부는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국무장관 회의를 정기적으로 개최한다. 1년에 최대 4번 회의가 개최되며, 정부 대표 이외에도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의회자문위원회, 주정부와의 네트워킹, 다양한 사회 그룹의 발언권을 보장하는 대화 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과학 플랫폼 2030으로 사실에 기반한 정치적 결정을 보완한다.
독일은 2018년 6가지 지속가능한 개발 원칙을 구축했다. ▲지속가능한 개발을 모든 영역의 모든 의사결정의 기본 원칙으로 적용 ▲글로벌 책임 ▲천연자원 보존 ▲지속가능경영 강화 ▲열린 사회에서 사회적 결속 유지 및 개선 ▲교육 및 과학, 혁신을 지속가능한 개발의 원동력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큰 원칙 하에 39개 부문 75개의 세부지표를 세워 지속가능 정책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독일의 지속가능 전략을 살펴보는 일은 유럽 시장의 미래를 내다보는 것과 같다. 독일의 정책이 곧 유럽 시장의 표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독일의 지속가능 거버넌스는 2001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져오고 있다. 지속가능한 정책을 위해서는 단발성 캠페인이 아닌 국가 차원의 기본 원칙과 장기적인 전략이 필수다. 독일의 지속가능 거버넌스를 보면 그간 독일에서 개최된 주요 박람회의 콘셉트를 이해할 수 있다. 어떤 산업 분야이든 미래를 위한 의사결정의 기본 원칙은 모두 같다. 바로 지속가능한 발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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