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전쟁으로 독일이 변했다
독일은 러시아에 단호하지 못했다. 독일은 필요한 천연가스의 55%를 러시아에서 수입한다. 탈원전과 탈석탄 기조 아래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일만 남은 상황. 그간 우크라이나 분쟁에 있어서 독일이 방향 설정을 하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서 있었던 이유다.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그 며칠 전 만해도 독일 올라프 숄츠 총리는 푸틴과 만나 대화를 나눴다. 러시아에 뒤통수를 맞은 유럽은 충격이 크다. 전쟁의 끔찍함이 다시 눈 앞에서 되풀이 되고 있다.
전쟁 발발 직후에도 독일은 러시아 경제제재를 반대하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국제 사회와 시민들의 비판이 거세졌다. 독일은 결국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과 재무장 등 일련의 노선 전환을 발표했다. 숄츠 총리는 “시대의 전환”이라고 했다.
독일,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
독일은 지난 2월 26일 우크라이나에 대전차 무기 1000정, 지대공 스팅어 미사일 500기를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독일 정부는 지난 1월 말 방어 및 공격 무기 지원을 요청하는 우크라이나에 “군용 헬멧 5000개를 보내겠다”고 발표해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살상 무기를 지원할 수는 없다는 독일의 태도가 바뀌었다.
올라프 숄츠 총리는 이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시대 전환(Zeitenwende)을 의미한다. 이는 우리의 전후 질서를 위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의 침략군에 대한 방어를 위해 우크라이나를 최대한 지원할 의무가 있다”며 “독일은 우크라이나의 편”이라고 말했다.
독일, 국방비 증가 및 재무장
이어 숄츠는 27일 “효율적이고 현대적이고 진보적인 독일 연방군에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이라며 국방비 증가 및 재무장을 약속했다. 일회성으로 방위금 1000억 유로를 증액하고, 앞으로도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을 국방비로 지출하기로 했다. GDP 2% 국방비 지출은 나토가 2012년 결의한 내용으로 독일은 2024년까지 달성할 계획만 가지고 있었다. 2차 세계대전 전범국인 독일은 군사력 확장에 대한 국내외적 저항이 강했다. 푸틴의 전쟁이 독일을 재무장하게 만들었다.
독일-러시아 가스관 노드스트림2 승인 절차 중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노드스트림2 사업도 일단 중지됐다. 노드스트림2는 북해를 통해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천연가스관으로 현재 건설을 완료하고 승인만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독일은 천연가스의 55%를 러시아로부터 수입한다. 러시아 입장에서도 독일을 포함 유럽은 큰 시장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등 동유럽을 경유하는 가스관, 독일로 직접 연결되는 노드스트림1을 이미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 노드스트림2까지 가동되면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가 더 높아진다는 우려가 컸다. 러시아가 가스관 꼭지를 잠궜다 풀었다 하며 에너지를 무기화 한다는 의혹도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 러시아산 가스가 필요한 독일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명확히 끊지도, 그렇다고 친밀하게 이어가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러시아의 침공 이후 독일은 가장 먼저 이 사업을 중지시킴으로써 방향성을 명확히 했다.
재생에너지 급속 확대
독일은 재무장을 선언하며 재생에너지를 더욱 빨리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숄츠 총리는 지난 2월 27일 ‘에너지 공급처를 다각화하고 현재 건설중인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을 신속히 완공하겠다’고 밝혔다. LNG 터미널이 완공되면 미국 등 더 다양한 곳에서 가스를 수입할 수 있다. 현재는 하고 싶어서 인프라가 부족해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독일은 또 재생에너지 확대에도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에너지 요금 인상은 감세 및 보조금 등 정책적 지원으로 보조한다. 러시아산 가스로부터 하루빨리 독립하기 위해 속도를 붙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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