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국제 그린 위크에서 본 식품의 미래
독일과 유럽의 최신 식품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국제그린위크 베를린(International Green Week Berlin)이 지난 1월 20일부터 29일까지 개최됐다.
베를린에서 열리는 국제그린위크는 쾰른에서 열리는 국제식품박람회 아누가(Anuga)와 함께 독일 최대 규모로 꼽히는 식품 박람회다. 베를린의 경우 농업과 축산업, 원예 부문이 결합돼 더욱 다채로운 장면을 연출한다. 베를린의 정치적 특성과 함께 관련 부문의 담론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곳이기도 하다.
독일 전국의 특산품이 한곳에
박람회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독일 각 연방주의 이름이 보인다. 독일의 16개 연방주 중 12곳이 박람회장에 자리를 잡았다. 지역의 특산품과 지역 요리는 물론 맥주 부스도 빠지지 않았다. 연방주의 문화적 특성을 강조하며 전통 복식을 입은 많은 참가자들을 볼 수 있었다. 옥토버페스트로 유명한 바이에른주는 홀 중간에 가장 크게 비어 가든을 구성했다. 바이에른의 전통 복식이 보이고 전통 음악이 흘러나오면서 올해 놓쳐 버린 옥토버페스트의 분위기를 잠시나마 느낄 수 있다.
베를린관에서는 또 다른 분위기가 묻어났다. 비교적 전통적인 느낌이 나는 다른 지역과 달리 참가팀의 다양성과 에너지가 남달랐다. 베를린 전통 음식이자 관광객의 필수 코스로 꼽히는 커리부어스트36, 라우쉬초콜릿, 크레이지바스타드소스, 줌프레시의 김치 등 최근 베를린에서 핫한 식품 브랜드를 모두 만날 수 있었다. 이렇게 독일 전역의 지역 음식과 특산품 분위기를 한곳에서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될까? 이것이 바로 국제그린위크가 요식 및 산업 관계자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에게도 매력적인 이유이다.
음식이 시작되는 곳, 농업과 축산업
국제그린위크는 기본적으로 식품 박람회이지만 음식의 뿌리를 잊지 않는다. 농업과 축산업 또한 박람회의 주요 테마다. 베를린 도심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농업과 축산업을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다. 국제그린위크는 박람회장의 1개 관을 동물관으로 구성했다. 소를 사육하는 농장에서 직접 소를 데리고 와 이름과 품종, 태어난 날, 사육 장소 등을 명시했다. 사람이 많이 오가는 곳이라 동물들이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전문 브리더가 수시로 오가며 동물을 케어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까지 우리가 먹는 고기가 어떤 동물이고, 어디에서 오는지,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 직접 보면서 식습관을 돌아볼 수 있는 교육의 장이 됐다.
지속가능한 식품의 미래
최근 독일과 유럽에서는 분야를 막론하고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과 지속가능한 삶에 최우선 가치를 둔다. 자연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농업, 축산업, 식품업 부문에서 지속가능성은 곧 생존이고 미래다. 국제그린위크는 단순히 먹고 마시고 즐기는 공간이 아니라 담론이 이뤄지는 정치의 공간이다. 이번 박람회에는 농식품부, 환경부, 재정부, 보건부, 주거/도시개발 및 건축부 장관 등 독일의 5개 연방 부처 장관이 참석했다. 유럽연합 농업 담당 집행위원회 및 주정부 주요 인사들도 대거 참여했다.
박람회장 곳곳에 마련된 무대에서는 농식품 산업의 미래가 다루어졌다. 기후변화와 생물 다양성 위기, 전쟁, 농식품 분야의 공급망 위기 등 지역적·국제적 단위의 문제가 제기됐고 지속가능한 상품과 제조를 위한 솔루션이 주목받았다.
국제그린위크에서 열린 스타트업 피칭에서는 씨드어라이브(Seedalive), 누노스(Nunos), 베타피쉬(BettaF!sh)가 수상했다. 씨드어라이브는 AI를 이용해 식물 종아의 발아 능력을 예측하는 기술 스타트업이다. 개별 종자를 반응 용액에서 배양한 뒤 씨앗의 활력과 노화 상태는 물론 묘목의 활력에 대해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누노스는 액체 분뇨와 발효 제품을 생물학적으로 처리해 고품질 거름으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베타피쉬는 해조류를 이용해 참치맛 식품, 즉 비건 생선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독일 박람회 산업의 저력
국제그린위크에 따르면 올해 박람회 10일 동안 약 30만 명이 박람회장을 찾았다. 방문객들은 다양한 상품을 구입하고 현장에서 음식을 맛보는데 인당 평균 130유로(약 17만 원)를 지출했다. 참가한 업체 입장에서는 박람회를 통해 신제품을 테스트하고 홍보하면서도 현장에서의 상당한 매출을 올리는 셈이다.
전국의 식료품과 특산품이 모이는 만큼 전국 단위의 관광객도 많았다. 올해는 전국에서 관광버스 1,500대가 베를린 박람회장으로 사람들을 실어 날랐다. 볼거리와 먹거리, 체험 및 교육 콘텐츠가 잘 어우러져 산업 관계자 이외에도 학생들의 단체 방문, 가족 단위 방문객도 부담 없이 참가할 수 있었다.
독일 연방 농업식품부 장관인 셈 외즈데미르(Cem Özdemir)는 “국제그린위크에서 가장 훌륭했던 점은 수많은 방문객들이다. 그들의 호기심과 관심은 우리에게 높은 품질의 건강한 식품을 제공하는 농부들에 대한 존중을 보여준다. 또한 국제그린위크는 농업이 지금 어떤 도전 과제에 직면해 있는지를 보여줬다. 이것은 지속가능한 전환을 통해서만 성공할 수 있다. 국제그린위크는 모두가 함께 대화할 수 있는 완벽한 장소다. 이제 이 박람회의 정신을 전달하고 좋은 해결책을 위한 대화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베를린 박람회 측은 “우리는 목표를 달성했다. 농식품 분야의 세계 최고의 박람회 국제그린위크는 대중과 전문가 모두에게 영감을 주며 만족시켰다. 국제그린위크는 경제와 정치, 사회를 위한 만남의 장소로서 지역성과 지속가능성, 기후보호에 대한 토론의 장”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