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rlin, sei mutig

베를린, 용기를 내! Berlin, sei mutig!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독밥/서다희

베를린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이 며칠 만에 철거 위기에 놓였다. 독일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Korea Verband e.V.)가 미테구청과 베를린시 공공예술위원회와의 논의로 정식 절차를 거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은 지난달 28일 제막된 이후 일주일 만에 철거 명령을 받았다.

미테구청은 비문 내용을 문제 삼으며 독일과 일본의 외교관계에 부담을 초래했다는 근거를 댔다. 7일 자로 이뤄진 철거 명령은 일주일(14일까지) 안에 평화의 상을 자진 철거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강제철거하고 비용을 청구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의신청 또한 명령의 효력을 중지할 수 없으며, 오직 법원의 행정명령만이 이 철거 명령의 효력을 중지할 수 있다.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독밥/서다희

비문의 내용이 부적절하다고 판단되었다면 비문의 수정이나 교체를 요구하는 것이 순서다. 촉박한 기일에 강제철거라는 강압적인 수단까지 적시된 철거명령은 그 자체로 납득하기 어려운 철거명령이다. 또한 철거명령서에 수없이 언급된 독일-일본 관계에 대한 내용을 감안하면 일본의 전방위적 압박이 있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좀 더 큰 범위로 확장하지 않고 한국과 일본만을 언급한 비문의 내용이 아쉬운 부분도 물론 있다. 하지만 예술과 문화의 도시 베를린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재 과정은 ‘한일전’을 넘어서는 문제다. 예술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문화 정책에 있어서 주정부의 권한이 더욱 높은 연방제 독일의 근간을 흔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식 허가를 받아 설치한 예술작품을 폭력적인 방식으로 제거하려고 하는 미테구청의 결정에 더 큰 문제제기가 필요한 이유다.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을 세운 코리아협의회는 ‘베를린, 용기를 내(Berlin, sei mutig!)’라는 구호로 철거 반대 시위를 열 예정이다.

▲ 베를린 평화의 상 철거 반대 시위
일시:  2020년 10월 13일 (화) 12시
장소: 평화의 소녀상 앞(Birkenstraße / Bremer Straße in Berlin-Moabit)
시위 일정:
12:00 평화의 상 앞에 모임
12:30 티어가르텐 구청 앞으로 행진
13:00 티어가르텐 구청 앞에서 시위

▲ 베를린 평화의 상 철거 반대 공개서한 서명
https://trostfrauen.de/offener-brief-friedensstatue

▲ 베를린 평화의 상 철거 반대 청원 (독일어)
https://www.petitionen.com/petition_gegen_die_entfernung_der_friedensstaue_in_berlin?fbclid=IwAR0bHrjAaY41pv7i5se8qzjcjaTGOxa0S8hdm8u6P2aRkOkE4lq5vK62sFs

▲ 베를린 평화의 상 철거 반대 청원 (청와대)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933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