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베를린 ‘즉시지원금’ 5000유로 받은 썰
독밥이 최근 소개한 프리랜서와 자영업자, 소상공인을 위한 베를린 ‘즉시지원금’이 신청 3일 만에 바로 지급됐다. 신청이 시작된 지 일주일 만에 베를린에서만 총 9억 유로(약 1조 2123억 원)가 풀렸다.
직접 신청해 지원금을 받은 경과를 소개한다. 물론, 베를린 기준이다.
코로나19 위기 프리랜서, 자영업자, 소상공인 대상 ‘즉시지원금’
독일에서는 강제적인 행정명령을 통해서 행사와 모임, 상점 영업이 모두 중지됐다. 프리랜서와 자영업자 신분으로 일하던 문화예술인들에게 가장 먼저 타격이 왔다. 이후에는 클럽과 식당, 카페, 거의 모든 분야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멈춰섰다
즉시지원금은 일단 이들에게 집중됐다.
지난 3월 19일 베를린시는 코로나19 즉시지원금 정책을 발표했다. 직원 5명 이하 사업자에 5000유로(한화 678만원), 직원 6명~10명 이하 사업자에게는 1만5000유로(한화 2036만원)를 기본적으로 지급한다. 앞으로 3개월치 운영자금 명목이다. 직원 5명 이하 사업자는 추가 지원이 필요할 경우 다시 최대 9000유로(한화 1222만원)를 더 신청할 수 있다. 이 기준은 독일 연방정부의 가이드라인이기도 해서 독일 전역이 대체로 비슷하게 적용된다.
독일 연방주 중에서도 베를린이 가장 빠르게 움직였다. 다른 도시보다 문화예술 분야 산업이 크고, 프리랜서 예술인들이 많아 피해가 유난히 큰 곳이기 때문이다. 베를린시에서는 현재 약 20만 명이 프리랜서 및 1인 자영업자로 등록되어 있다.
신청까지 2일
베를린시는 3월 27일 금요일 12시부터 베를린투자은행(Investitions Bank Berlin, IBB) 홈페이지를 통해 코로나19 즉시지원금을 신청 받았다. 해당 정책을 발표한 지 일주일 만에 신청 시스템을 구축했다.
독일에서 프리랜서로 세금신고를 하고 있어서 지원 대상에 해당됐다. 컴퓨터 앞에서 대기했다. 낮 12시 땡. 접속했다.
‘그럼 그렇지.’
접속자 폭주로 에러 화면이 뜬다. 예상했던 결과였다. 베를린투자은행 측은 서버를 재정비하고 오후 1시에 다시 신청을 받는다고 발표했다.
오후 1시 재접속. ‘온라인 대기표’를 받는 화면이 뜬다. 내 순번은 무려 1만 7963번이다. 다행히 이 대기번호는 사라지지 않는다. 이메일을 등록해 놓으면 내 차례가 왔을 때 메일을 받는다. 다음날인 3월 28일 오후 4시쯤, 드디어 온라인의 긴 줄을 뚫고 신청서가 눈 앞에 떴다.
신청서 작성 20분
신청서도 독일답지 않다. 간단했다. 먼저 코로나 19 위기로 실질적인 피해가 있는지 ‘예’, ‘아니오’로 확인하고, 직원이 몇 명인지 적는다. 나는 프리랜서 신분이라 직원수는 0명이다. 인적사항과 주소, 세금번호와 회사정보, 신분증, 그리고 계좌번호를 입력한다.
그 외 지원금 조건 등에 동의하거나 체크해야 하는 항목이 꽤 있다. 지원금이 세금 납부 대상임을 알리고, 실제 필요 금액을 초과할 경우 남은 금액을 반납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을 읽고 확인(클릭)해야 한다.
꼼꼼하게 보고 다시 확인하면서 신청서 작성에 20분 정도가 걸렸다. 독일어가 모국어인 독일인들은 아마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신청 완료. 지원 대상으로 확인되면 3일 내로 지급된다고 한다.
‘그럴리가’
지원금 입금까지 3일
3월 31일 화요일, 코로나19 즉시 지원금 5000유로가 계좌로 입금됐다. ‘충격’적인 속도다. 지원금 명칭이 ‘즉시지원(Soforthilfe)’이다. 이 정도 속도는 되어야 즉시 지원금이 아니겠는가. 평소 느린 독일의 행정 처리 속도를 감안하면 더 빠르게 느껴졌다. ‘즉시’라는 단어의 의미를 체감했다.
코로나19 비상상황에서 다음달 방값과 각종 세금, 대출이자 등을 부담해야 하는 프리랜서,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을 두고 서류를 하나하나 체크하며 소득을 따지고 상담할 시간이 없다. 일단 지급하고, 추후에 확인한다.
지원 등급은 직원 0~5명까지 사업자와 5~10명까지 사업자 딱 두 분류로만 나누었다. 지급 액수에 차등을 두거나, 희망 지급액을 받지 않고 일단 ‘넉넉히’ 일괄 지급하는 정책을 선택했다. 신속한 지원을 위해서다. 등급을 나누고 지원금에 차등을 둘수록 그만큼 인력과 시간이 소모된다.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다.
물론 베를린시는 “필요한 금액보다 남은 액수는 반납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후속 확인 작업을 거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지원금은 소득으로 잡혀 세금 납부 대상이 된다.
4월 6일부터 신청 재개
베를린시에 따르면 4월 1일 기준 신청자 10만 명에게 총 9억 유로(한화 약 1조 2123억 원)를 지급했다. 대다수가 문화예술인 프리랜서와 자영업자들이다.
현재 베를린시는 즉시지원금 신청 접수를 중단했으며, 4월 6일 다시 신청을 재개할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시 예산으로 지급했고, 6일부터 처리되는 긴급지원금은 연방정부의 예산에서 지급된다.
베를린시는 신청자들을 위한 충분한 지원금이 있으니 걱정말고 신청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코로나19 즉시 지원금은 ‘독일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다. 베를린에서 세금 번호를 받고 경제활동을 하는 모든 프리랜서, 자영업자, 소규모 사업자들을 위한 것이다. 여기에서 국적은 상관이 없었다. 다만 지급 조건을 잘 따져봐야 한다. 세금 신고를 해야 하고, 추후 부당 수령이 드러날 경우 책임을 져야 한다. D
아직도 신청안하신 분?
▶ 베를린시 코로나 긴급지원금 신청하러 가기: https://www.ibb.de/de/foerderprogramme/corona-zuschuss.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