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교육’ 베를린 장벽에 게임장이 들어서다

‘게임은 교육’ 베를린 장벽에 게임장이 들어서다

독일 분단과 통일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베를린 장벽, 수많은 관광객들이 매일 오가는 이곳에 ‘게임장’이 들어섰다. 독일 분단과 통일, 그리고 한국 분단의 이야기를 다룬 모바일 게임 ‘월페커즈-DMZ에서 베를린 장벽까지’의 첫 공개 현장이다. 지난 17일 베를린장벽기념관에서 열린 이 행사에서 독일이 게임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성장시키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

놀이와 게임을 함께
놀공와 베를린의 프로젝트

베를린장벽기념관 2층에서 열린 ‘월페커즈-DMZ에서 베를린장벽까지’ 게임 오프닝 (c)이유진

월페커즈는 한국의 ‘놀공발전소’가 주한독일문화원과 공동으로 진행한 프로젝트다. 놀공발전소가 개발한 이 게임은 참여자가 한 명의 기자가 되어 육하원칙으로 이뤄진 기사를 완성하는 게 임무다. 놀이 현장에는 독일 분단과 통일과정, 한국 분단의 이야기가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라는 질문과 답으로 제시되어있다. 참여자들은 코너를 돌고 다양한 이야기를 읽으며 답을 찾고 한 편의 기사를 완성한다. 

완성된 기사는 pdf 형식으로 받을 수 있다. 젊은 세대들에게 자칫 지루하고 남의 일이라고 여겨질 수 있는 분단과 통일이라는 주제는 친구와 함께 하는 게임을 통해서 좀 더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다.

월페커즈 게임의 첫 공개 현장에는 한국과 독일의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정범구 주독대사와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참석했다. 독일 쪽에서는 괴테인스티튜트 사무총장 요하네스 에버트(Johannes Ebert), 베를린장벽재단 원장인 악셀 클라우스마이어(Axel Klausmeier)와 독한포럼 대표인 하르무트 코쉭(Harmut Koschyk) 전 의원 등이 자리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경험한 독일의 분단과 통일의 경험, 그리고 한국의 분단 상황을 함께 나눴다. 정치인들이 저마다 말을 보태고 있지만, 이 행사의 주인공은 ‘게임’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기념사를 하고 있는 정범구 주독대사 (c)이유진

‘놀이를 통한 앎’을 추구하는 놀공발전소는 수년 년 이미 주한독일문화원과 괴테의 소설 파우스트를 테마로 한 ‘Being Faust – Enter Mephisto’라는 게임을 만든 경험이 있다. 놀공발전소 대표인 피터 리(Peter Lee)는 사실 이전에는 분단이나 통일이라는 테마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독일문화원 직원들이 남한뿐 아니라 북한도 다니면서 문화 프로젝트를 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스스로를 반성했다.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해서 시작된 것이 바로 이 프로젝트다. 먼저 직접 베를린 장벽을 찾아서 베를린의 역사를 직접 경험하고 게임을 기획, 개발했다. 게임으로 다시 태어난 장벽의 역사는 독일입장에서도 신선한 것이었다. 많은 언론들이 이 현장을 찾아 관심있게 지켜봤다.

게임 콘텐츠를 교육의 영역으로

이날 기조연설을 했던 이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바로 독일 디지털게임문화재단의 대표를 맡고 있는 치뎀 우주노루(Cigdem Uzunoglu)다. 그는 ‘디지털 게임과 문화 교육’이라는 주제의 발표에서 “디지털 게임은 문화의 일부, 청년들의 디지털 인생의 한 부분이고 이것은 현실”이라면서 “독일은 엔지니어의 국가로 게임콘텐츠와 기술에서도 큰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독일 콘텐츠 산업에서의 게임의 위치에 대해서 설명했다. 이어 “독일은 올해 게임 정책에 5000만 유로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독일은 특히 교육적 관점에서의 게임 활용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게임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이는 독일 교육이 강조하는 또 다른 분야인 ‘정치교육’에서도 두드러진다. 정치라는 어려운 소재를 학생들이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놀이 형식의 콘텐츠를 많이 만들고 있다. 

독일이 놀공발전소의 아이디어를 붙잡고 지지해 준 것은 우연이 아니다. 독일이 이때까지 추구해왔던, 그리고 앞으로도 추구하는 정책의 방향과 일맥하는 부분이 있는 셈이다. ‘월페커즈’는 학교나 시민단체 등 여러 교육 현장에서 쓰일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로 제공될 예정이다. 놀공의 다음 게임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참고: http://kofice.or.kr/c30correspondent/c30_correspondent_02_view.asp?seq=16525&page=3&find=&search=&search2=%EB%8F%85%EC%9D%BC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