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놀이 금지된 베를린의 새해맞이

독일 최대 질베스터 파티 및 새해 맞이 행사가 열리던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 ©독밥/서다희 

12월 16일 독일 전역 하드록다운이 시행된 지 2주가 되었지만 코로나 19 일일 확진자 및 사망자 수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크리스마스에 이어 새해 전야인 질베스터(Silvester) 또한 ‘고요한 밤’으로 지내야할 이유다.

독일, 특히 수도인 베를린의 질베스터는 악명 높다. 31일이면 베를린 전역 폭죽 터지는 소리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한다. 어디 그뿐인가. 새해 첫 날 집 앞을 나서면 길가에 수북이 쌓여있는 불꽃놀이와 폭죽의 잔해들은 과연 이곳이 세계 환경 선진국이라 불리는 독일이 맞나 싶을 정도. 환경 문제는 물론이고 곳곳에서 다급히 질주하는 응급 차량을 볼 수 있듯 화재, 부상, 심지어 사망 등의 피해가 속출한다.

이에 베를린 시는 폭죽 판매 및 공공 장소에서의 불꽃놀이를 금지했다. 접촉을 방지하기 위한 것뿐만 아니라 이미 과부하된 병원에 불꽃놀이 부상자까지 더하지 않기 위함이다. 따라서 질베스터 파티 핫스폿인 브란덴부르크 문앞을 비롯, 알렉산더플라츠, 쇠네베르크의 팔라슈트라세 등 54개 지역 공공장소에서의 불꽃놀이가 금지된다. 12월 31일부터 1월 1일까지 적용되며 위반시 500~1000유로의 벌금이 부과될 예정이다.

이맘때 쯤이면 수퍼마켓 전단지를 가득 채우는 폭죽들. 대부분 F2급 폭죽이다. ©독밥/서다희 
F1급 폭죽들 (출처 : www.raketenmodellbau-klima.de)

하지만 개인적으로 집 앞, 정원 등에서 소규모로 불꽃놀이를 하는 것은 허용된다. 단 F2급(라케텐Raketen, 크날러Knaller, 바테리엔Batterien)이 아닌 별도의 승인없이 연중 사용가능한 F1급(티쉬포이어베르크Tischfeuerwerk, 유겐트프라이포이어베르크 Jugendfreifeuerwerk, 트라움스테르네Traumsterne, 크날봉봉스Knallbonbons) 폭죽만 가능하다.

너무 섭섭해 할 필요는 없다. ZDF의 ‘빌콤멘 2021’쇼와 함께 카운트다운을 할 수 있다. 하지만 TV 혹은 라이브스트림을 통해 브란덴부르크 문위로 아름답게 펼쳐지는 대형 불꽃놀이를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ZDF에 따르면 일단 미테구의 승인을 받은 상태다.

올해는 밖이 아닌 안에서 따뜻하고 건강하게 새해를 맞이해본다. 2가구 최대 5명(12세 이하 어린이 불포함)까지 만날 수 있으며 어차피 야외에선 음주가 불가능하고 불꽃놀이를 하는 것도 살짝 눈치보이지 않나. 불꽃놀이가 영 그립다면 디지털로 즐겨보자. 앱스토어나 구글플레이스토어에서 ‘파이어웍스 아케이드(Fireworks Acade)’ ‘파이어웍스 탭(Fireworks Tap)’ 등의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을 수 있다. 화면을 터치할때마다 폭죽이 터지는데, 음향이 꽤 생생하다.

실베스터 ‘테크노’ 파티 또한 집에서 즐길 수 있다. 세계 5대 EDM 페스티벌 중 하나로 손꼽히는 ‘투머로우랜드(Tomorrowland)‘의 디지털 새해 전야 파티가 오후 9시부터 오전 3시까지 열린다. 스눕독, 데이비드 게타, 아르민 반 뷰렌, 마틴 게릭스, 디플로 등 라인업이 짱짱하다. 티켓 가격은 20유로부터 시작한다.

클래식 콘서트로 새해를 시작하는 이들도 많다. 베를린필하모닉의 새해 전야 콘서트가 12월 31일, 1월 1일 양일간 디지털콘서트홀에서 라이브스트림으로 진행된다. 티켓은 9.90유로부터 시작한다.

질베스터 파티 및 불꽃놀이에 대한 규정은 각 주마다 차이가 있다. 쾰른의 경우 불꽃놀이 대신 라이트쇼로 새해를 맞는다. 자세한 내용은 각 도시 및 주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20년 질베스터의 키워드는 안전, 건강. ©독밥/서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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