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에 주목하는 아이템, 친환경 포장

포스트 코로나에 주목하는 아이템, 친환경 포장

코로나19로 인해 세계곳곳 국경이 닫히고 이동이 제한됐다. 그런데 인간이 제자리에 멈추자 시름시름 앓고 있던 자연이 되살아났다. 여러 매체를 통해 대기 환경과 수질이 좋아지고 야생 동물의 개체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하지만 반대로 환경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것도 있다. 바로 쓰레기 문제다. 코로나19로 포장과 배달문화가 정착했다. 그런만큼 일회용품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 베를린에선 공원이나 거리에 비치된 쓰레기통 아래 쓰레기가 수북이 쌓여 있는 풍경을 흔히 맞닥뜨린다. 결국 독일 정부는 강경책을 내놨다. 2021년 7월부터, 1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전면 금지하기로 한 것이다.

이와 함께 발빠르게 움직이는 역군들이 있다. 친환경 포장재 및 시스템을 개발하는 업체와 스타트업이다. 아래 그 예를 살펴보자.


(c)Arekapak

그릇으로도 쓸 수 있는 아레카팍의 야자잎 패키지

베를린의 스타트업 아레카팍(Arekapak)은 아레카 야자나무의 잎으로 지속가능한 포장 패키지를 만든다. 이들은 인도의 전통적인 천연 재료 활용법에서 영감을 얻었다. 화학 처리를 하지 않은 천연 야자 잎으로 열과 압력으로만 가공한 패키지는, 일단 견고하고 예쁘다. 그래서 포장 박스뿐만 아니라 그릇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또 과일 모양으로 송송 뚫린 구멍은 깜찍한 장식인 동시에 공기를 통하게 해주어 제품을 안전하고 신선하게 유지할 수 있다. 특히 블루 베리와 대추야자, 너츠 믹스 등 보관하기 까다로운 수분과 유분을 함유한 과일, 견과류 등을 담기에도 좋다. 아레카팍의 패키지는 수명을 다하면 퇴비로 쓸 수 있다.

(c)SSG.COM

식물을 키우는 SSG닷컴의 아이스팩

온라인 쇼핑을 이용할 때 가장 골치거리인 것은 신선 식품이나 냉동 식품이다. 일반 제품에 비해 포장 쓰레기가 몇배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눈에 띄는 솔루션을 선보인 것은 신세계 그룹의 온라인 쇼핑 플랫폼 SSG닷컴이다. SSG닷컴은 재활용을 넘어서 환경에 도움이 되는 아이스 팩을 도입했다. 기존의 아이스팩 또한 환경에 무해한 물 아이스 팩이었는데, 여기에 미생물을 주입해 식물 영양제로 사용할 수 있다. 화분이 없어 버려야 할 땐 포장을 띁어 하수구에 버리자. 오수 정화 효과까지 갖췄다. 또한 SSG닷컴은 새벽 배송에 재활용할 수 있는 보랭 백 ‘알비백’을 제공한다.

(c)삼성전자

DIY 가구가 덤, 삼성전자의 업사이클링 패키지

삼성전자가 라이프스타일 TV의 세 가지 모델 ‘더 프레임’, ‘더 세리프’, ‘더 세로’의 포장재로 가구를 만들 수 있다. 골판지로 제작된 포장 박스는 손쉽게 잘라 조립할 수 있다. 친절하게도 제작 매뉴얼까지 제공한다. 포장 박스 상단에 인쇄된 QR 코드를 통해 잡지꽂이나 리모컨 수납함 등의 소형 가구, 반려동물용품 제작법을 볼 수 있다. 삼성전자의 에코 패키지는 세계 최대 전자제품 박람회인 CES 2020에서 ‘CES 혁신상’을 받았다.

(c)Prompt Design

태국의 프리미엄 쌀을 담는 쌀겨 패키지

세계적인 패키지 디자인 어워드인 ‘다이라인 어워드(Dieline Awards)’에서 역시나 친환경 재료를 사용한 패키지가 큰 주목을 받았다. 그중 식품 포장 부문 1위를 차지한 ‘스리상다오 라이스(Srisangdao Rice)’가 눈에 띈다. 태국의 디자이너 솜차나 깡완짓(Somchana Kangwarnjit)은 태국의 프리미엄 쌀 생산지인 퉁꿀라롱하이 지역의 쌀을 ‘쌀겨’로 만든 패키지에 담았다. 쌀 도정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쌀겨가 발생하는데, 그동안 폐기물로 처리해 온 쌀겨를 고급 포장용기로 재탄생시켰다. 또 바닥 면에 쌀알 모양의 구멍을 뚫어 용기를 뒤집으면 티슈 박스로 쓸 수 있게 했다. 쌀겨 패키지는 추후 자연 분해된다.

맥주 찌꺼기로 만든 포장재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자리한 아웃랜더 머티리얼스(Outlander Materials)는 완벽히 생분해가 가능하고 마이크로 플라스틱을 만들지 않는 새로운 포장 솔루션을 개발한다. 이들이 오랜 연구 끝에 발견한 것은 바로 ‘맥주’. 로테르담의 맥주 양조장 벳앤레이지(Vet&Lazy)와 함께 양조 후 남은 찌꺼기 이용한 포장재 ‘언플라스틱’을 만들었다. 언플라스틱은 무독성이고 알레르기를 유발하지 않으며 동물성 성분을 포함하지 않아 비건 제품에도 사용할 수 있다. 또 쓰레기가 되어도 환경에도 무해하다. 맥주가 해로울 리 없다. 환경에 좋은 것 뿐만 아니라 기능적으로도 훌륭하다. 지방, 기름, 산소에 대한 차단력이 높아 제품 보존에 용이하다.

한 입에 쏙! 먹는 포장

해조류는 식량 문제 해결을 위한 퓨처 푸드뿐 아니라 포장재로서도 각광받고 있다. 영국 런던의 스타트업 낫플라(Notpla)는 해조류를 이용해 지속 가능한 패키징을 개발한다. ‘우리는 사라지는 포장재를 만든다’라는 슬로건 아래 해초 추출물로 캡슐 ‘오호!(Ooho!)를 만들어 액체를 담는다. 이는 지난해 런던 마라톤에서 선보여졌다. 선수들에게 일회용 컵이나 페트병 대신 오호 캡슐에 담은 물을 나눠준 것. 오호 캡슐은 시식 및 시음회, 포장 음식의 소스 용기, 칵테일 및 디저트 등으로 쓰이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캡슐이 입맛에 맞지 않는다면? 6주 이내에 분해되므로 굳이 먹지 않고 버려도 된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