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막걸리 만드는 독일 청년 레나트

지난 봄, 독일 베를린에서 열렸던 막걸리 파티, 한국 청년 커뮤니티가 기획했던 이 파티에 직접 만든 막걸리를 들고나온 독일 청년이 있었다. ‘응?’ 처음 드는 생각은 물음표 그 자체였다.

‘막걸리를 직접 만든다고요?’, ‘그것도 독일에서?’, ‘혼자 집에서?’, ‘왜죠?’ 

온갖 물음표가 이어진 끝에 따로 인터뷰를 하기로 했다. 주인공은 레나트 헬만(Lennart Hellmann). 올해 26살의 독일 베를린 출신으로 예나라는 도시에서 심리학을 공부하고 있다. 집에 들어서니 막걸리 양조 기구가 몇 박스다. 박스를 들추어보니 익숙한 막걸리 냄새가 코에 닿는다.

막걸리 만드는 독일 청년 레나트 @이유진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막걸리 이전에 한국을 먼저 만났을 텐데, 한국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2014년에 한국으로 교환학생을 가게 됐어요. 사실 그 전에는 한국에 대해서 잘 몰랐었어요. 사실 중국이나 일본을 생각했었는데, 마침 그때 대학교에서 성균관대학교와 새롭게 협약을 맺고 프로그램이 새로 생겨서 우연히 가게 되었죠. 한 학기를 보내고 인연이 닿아 학사 논문 리서치를 하러 또 2주 정도 한국에 다녀왔습니다. 이후에 또 한독상공회의소에서 인턴을 했었고요, 최근에는 2016년에 2달 정도 또 다녀왔어요. 그때는 2달 내내 막걸리에만 집중 했었어요(웃음).

막걸리, 어떻게 처음 알게 됐고, 첫맛은 어땠나요?

처음 교환학생 때 버디 친구랑 막걸리를 처음 마셨어요. 혜화역 근처였어요. 너무 맛있게 먹었어요. 이후에 한국에 다시 갔을 때는 좀 더 한국 문화에 친숙해지고, 한국 술에 대한 관심도 커졌죠. 특히 밤 막걸리, 땅콩, 팥 막걸리 이런 건 독일에는 전혀 없는 맛이었어요.

네, 한국에서 막걸리 먹을 수 있죠. 그런데 어쩌다 막걸리를 직접 만들 생각을 한거죠?

당시에 소규모 양조가 유행했었던 거 같아요. 한국도 그렇고 세계적으로요. 그런데 독일에서 직접 맥주를 만드는 건, 음.. 당시에는 말도 안 되는 걸로 느껴졌어요. 왜냐면 독일에 맥주는 이미 너무 많으니까요. 그래서 막걸리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했죠. 독일에는 막걸리가 전혀 없으니 만들어 팔 수도 있겠다, 이런 생각도 있었고요.

만드는 게 쉽지 않았을 거 같아요.

일단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독일에서 처음 만들어봤어요. 다른 재료는 다 있지만 누룩을 구하기 힘들었어요. 누룩 없이 만들어봤는데 뭔가 마음에 들지 않았죠. 2016년에 한국에 갔을 때 정말 제대로 배웠어요. 누룩을 사서 혼자 막걸리만 만들었죠. 안동에 가서 소주를 만드는 것도 보고, 삼해소주가 공방을 운영하는 김택상 선생에게 가서 술 만드는 법을 배웠어요. 하루였지만 정말 너무 좋았어요. 그분 밑에서 계속 배우고 싶을 정도였어요(웃음).

직접 만든 막걸리를 들고 있는 레나트 @이유진

올봄에 열린 막걸리 파티 때 수제 막걸리를 팔았었죠. 그 행사는 어떻게 같이 하게 됐나요?

1회 막걸리 파티가 열렸을 때 가서 기획자에게 먼저 제안을 했어요. 막걸리 직접 만드는데 같이 하고 싶다고 했죠. 그래서 수제 막걸리도 팔고, 음악도 준비하고 전반적인 파티 준비를 같이 했었어요.

수제 막걸리는 좀 팔았나요? 호응은 어땠어요?

그때 20병을 준비했었는데요, 3분의 2는 팔았던 거 같아요. 그리고 파티 이후에 따로 연락을 주신 분이 있어서 이후에 또 더 팔기도 했고요. 파티 때 말고도 정기적으로 따로 만들어 드리는 ‘고객’도 있습니다.

요즘 베를린에 주류/음료 스타트업이 꽤 있잖아요. 본격적으로 해 볼 생각은 없어요?

물론 있어요. 연말에 학교를 마치고 베를린으로 돌아와요. 좀 더 본격적으로 만들어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 중이에요. 식품을 제조하는 것이라 규정이 매우 까다롭고 지켜야 할 것들이 많죠. 특정 가게와 콜라보레이션 방식으로 하면 어떨까도 생각 중이고요.

베를린에서 막걸리, 잘 될까요?

가능성이 있다고 봐요. 일단 베를린에 한국인들도 많고, 파는 막걸리는 음… 맛이 없어요.

독일 현지인들 사이에서는 반응이 어떨까요?

음 사실 주변 독일 친구들 반응은 그렇게 좋지는 않았어요(웃음). 막걸리 파티에서 보여 줄 때는, 그 파티의 맥락이 있고 분위기가 있기 때문에 다들 맛있게 먹고 즐겁게 받아들여요. 하지만 일반적인 상황에서 보면, 현지인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맛은 아닌 것 같아요. 물론 제 입에는 정말 맛있지만…

만약 막걸리를 본격적으로 만든다면 가장 큰 어려움은 뭐가 될까요?

먼저 누룩을 구할 수 있는 곳이 없어요. 처음에는 누룩도 직접 만들까 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 그건 무리인 것 같더라고요. 늘 높은 온도로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상자를 직접 만들까도 생각 했었어요(웃음). 근데 그건 아닌 것 같고, 누룩을 구할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해요. 또 다른 부분은 어떻게 많은 양의 막걸리를 생산하면서 같은 맛을 구현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겠죠.

직접 라벨을 붙인 레나트표 막걸리@레나트 제공

독일 한식당 같은 곳에서 종종 막걸리를 ‘라이스 와인(Reiswein)’이라고 소개하죠. 어떻게 생각하세요?

막걸리는 막걸리죠. 막걸리는 ‘와인’이 아닙니다. 이곳에서 사케는 사케라고 불러요. 각자 이름으로 불려야 하는 고유한 종류라고 생각해요.

한국과 독일의 술 문화는 어때요? 다른 점이 좀 있나요?

음 일단 독일은 이른 나이에 알콜을 접해요. 맥주 같은 경우는 10대 중반부터 먹을 수 있죠. 그래서인지 보통 18살이나 20살쯤에 술 문화나 술을 즐기는 최고의 시점이 와요. 하지만 한국은 대학교 입학 이후 22살 이후에 극에 달하죠. 독일은 일찍 시작하니까 오히려 천천히 술을 즐기는 분위기가 되는데, 한국은 조금 빡센 거 같아요. 아, 그리고 아쉬운 점이 있어요. 한국에서는 한국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적은 편인 것 같아요. 이화주 같은 것들은 모르는 사람이 더 많더라고요. 훌륭한 전통주가 많이 있는데 다들 몰라서 좀 아쉬웠어요.


레나트의 관심은 막걸리에서 끝나지 않았다. 레나트의 입에서 전통주 이름이 줄줄 나온다. 레나트는 막걸리는 물론 직접 만든 청주도 내놨다. 맛이 일품이다. 집에서 취미 생활로 만들기엔 아까운 솜씨다. 테이블 위에는 한국 전통술에 관한 책도 있는데, 책 곳곳에 독일어로 번역과 메모를 해 놨다. 누룩을 구하거나 이런 한국어책을 보는 데는 한국 친구의 도움을 받는다고 한다. 심리학이 전공이지만, 학교를 마치고 베를린에서 막걸리를 만들 생각에 가득 차 있다. 베를린에서 레나트의 막걸리 집을 볼 수 있는 날이 올까? 이 독일 청년이 베를린 최초의 막걸리 집을 여는 유쾌한 상상을 해 본다. D


-본 기사는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에도 발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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