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독일 행사의 뉴노멀
코로나19 시대 바뀐 일상은 문화 행사라고 예외가 아니다. 무관중 콘서트, 무관중 경기, 디지털 갤러리, 많은 것들이 비대면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비대면으로 해내기가 어려운 게 있다. 직접 맛을 봐야 하는 일이다. 세계 최대 와인 품평회로 꼽히는 베를린와인트로피는 코로나 시대 조금 달라진 행사를 기획해야 했다.
세계 최대 와인 품평회가
코로나19 시대를 지나는 법
베를린와인트로피는 국제와인기구(OIV)의 승인 및 감독하에 개최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품평회다. 보통 때였다면 4일 동안 하루 180여 명의 심사위원이 출품된 와인 6,500여 종을 심사한다. 심사위원 5명이 한 조를 이루어 하루에 최대 50종의 와인을 시음하고 품평한다. 품평회는 호텔을 통으로 사용하는데 전 세계에서 모여든 심사위원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물론 코로나 시국에는 그런 행사를 열 수 없다.
지난 9월 2일부터 시작된 베를린와인트로피는 전체 행사 기간이 무려 2주로 늘어났다. 하루에 참석하는 심사위원은 50명. 마스크를 착용하고 최소거리 유지를 지켜가며 행사를 진행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다.
심사규정도 바꿨다. 원래 규정대로라면 심사위원 5명 중 독일인 2명, 나머지 3명은 비독일인 심사위원으로 구성해야 한다. 국제적인 대표성을 위해서다. 전 세계 40여 개 국가에서 심사위원이 초청된다. 코로나 시국엔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베를린와인트로피 관계자는 ‘이번에 규정을 바꾸어 독일인 심사위원을 3명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코로나 시대에 독일 밖에서 심사위원을 모시고 오는 게 매우 힘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행사의 ‘웰컴 키트’도 바뀌었다. 이런 행사가 있을 때는 보통 행사 로고가 달린 에코백에 자잘한 기념품을 넣어주기 마련이다. 코로나 시국에는 ‘방역 키트’가 제공됐다. 베를린와인트로피에서는 참가한 전 심사위원들에게 마스크와 손 세정제가 들어간 키트를 나눠줬다. 호텔 내에서는 물론 도심 외출 시 착용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대중교통이나 상점 이용 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어 있지만 야외에서는 잘 착용하지 않는다.) 베를린와인트로피는 방역규정을 지키고, 유연하게 규정을 바꾸어 코로나 시국을 견뎌내고 있다.
와인 업계 선순환 이끄는 품평회
베를린와인트로피는 독일와인마케팅회사(DWM)가 주최하고 있는 행사다. 매번 전 세계에서 와인 6,000-7,000종이 출품되는데 이 중 30%만 수상할 수 있다. 주류 품평회 중 출품작의 50% 이상, 심하면 80%까지도 상을 나눠주는 행사가 많기 때문에 30% 기준은 꽤 높은 편이다. 1유로(약 1,400원) 이하 와인부터 100유로(약 14만원)가 넘는 와인까지 모두 이름표를 떼고 경쟁한다. 자체 소프트웨어로 와인 바코드 확인, 점수 합산 등을 모두 자동화해서 오류를 최소화하고, 점수에 신뢰성을 더한다.
베를린와인트로피에서 수상하면 와인병에 수상 라벨을 붙일 수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와인을 고르는 이들에게는 이 라벨 하나가 큰 역할을 한다고. 수많은 와인 업체들이 라벨을 받기 위해 와인을 출품하고, 품평회를 거쳐 다시 소비자에게 향한다. 와인 업계의 선순환이다.
베를린와인트로피는 최근 들어 청수 화이트와인 등 한국 와인이 수상하면서 한국 업계에서도 더욱 주목받고 있다. 대전에서 열리는 ‘아시아와인트로피’, ‘포르투갈와인트로피’도 여기서 개최하는 품평회다. 베를린와인트로피 관계자는 “한국에서 아시아와인트로피가 열리기 때문에 매년 한국을 방문한다.
아시아와인트로피 행사는 대전시의 적극적인 지원 덕분에 대전에서 계속 열리고 있다. 이런 행사는 지자체의 도움 없이는 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코로나 시국에도 행사는 이어진다. 오는 10월 11일에는 4일간 대전에서 아시아와인트로피가 개최될 예정이다.